미국, 유럽이 주도하던 화성 탐사에 러시아가 가세, 우주경쟁이 다시 본격화했다.러시아 우주 전문가들은 2015년까지 화성에 6인 우주인 탑승 우주선을 발사하기 위한 야심찬 국제 화성탐사 프로젝트를 6일 발표하고 미국과 유럽이 동참할 것을 제의했다.
러시아는 “화성 프로젝트는 현재 지구 주변 궤도에 떠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비슷한 것이 돼야 한다” 며 표면상 국제연대를 내세웠지만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어서 이미 화성탐사 분야에서 앞서 있는 미국 유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미국은 지난해 4월 3억 달러를 투입한 무인 우주탐사선 ‘2001 화성 오디세이’ 를 발사, 10월 성공적으로 화성 궤도에 진입시켰으며 현재 화성 표면에 대한 사진을 지구로 전송받고 있다.
영국 역시 내년 5월 23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유럽우주국(ESA)의 최초 화성탐사선 ‘마르 익스프레스’ 에 ‘비글 2호’ 로 명명된 무인 우주선을 탑재해 발사할 예정이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이날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계획을 통보받지 못했다” 며 언급을 회피했고, 유럽우주국도 “러시아와 이 프로젝트를 논의했지만 양측 입장차가 너무 크다” 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날 러시아가 제안한 화성 프로젝트는 6명의 우주인을 태운 탐사선을 화성 궤도에 올려 3명은 궤도상에 머무르고 나머지 3명은 화성 표면에 착륙, 30~60일 간 체류하며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 등을 조사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주인 탑승용과 화물 운송용 등 2대의 우주선이 제작될 예정이며 우주선을 발사할 발사대는 이미 건설 중이다.
화성 표면에서는 1969년 달 표면 탐사시 사용됐던 ‘문워커(Moonwalker)’와 유사한 ‘마스워커(Marswalker)’가 탐사용 차량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 프로젝트 비용으로 200억 달러를 추정, 이중 30% 정도를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모스크바 켈디슈 우주연구소 우주탐사계획의 책임자 비탈리 세묘노프 박사는 이날 러시아 우주인 발레리 폴랴코프가 유인 우주정거장 미르호에서 세운 437일 간의 최장기 우주 비행기록을 거론하면서 “러시아가 우주선 발사를 위해 최상의 엔진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우주의학 연구에도 높은 수준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러시아의 프로젝트 제안 배경에는 구 소련 시절 우주강국이었던 러시아가 화성 탐사에서 서방측에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1996년 3억 달러를 들여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렸으나 발사 직후 엔진 이상을 일으킨 탐사선이 태평양에 추락, 구 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러시아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당시 화성탐사 실패로 러시아에서는 “화성의 저주” 라는 신조어까지 나돌았다.
화성 탐사는 화성 표면에 생명체 존재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다량의 물이 감춰져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최근 우주분야의 최우선 관심사로 떠올랐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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