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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칼럼] 국가적 인재 병역혜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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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칼럼] 국가적 인재 병역혜택을

입력
200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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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꿈같은 성과를 거두어 대한민국의 위상을 온 천하에 드높이며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우리 대표 선수들이 얻게 된 많은 혜택 중 하나가 병역면제라는 특혜다.세계 방방곡곡으로 뻗어나가 있는 우리 겨레 모두에게 그들이 안겨준 환희와 자긍심, 그리고 현실적 이익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병역특혜 문제에 유별나게 예민한 국민이지만 어느 누구도 선수들의 병역면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23인의 그 사랑스럽고 자랑스런 젊은이들은 총을 메는 것 보다 축구공을 잘 차는 것이 국가에 가장 크게 공헌하는 길임을 깨닫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병역면제 혜택 부여는 잘 된 일이라 본다. 그러나 절차상으로 볼 때 그것이 일회성으로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병역을 면제해 준 것은 그들이 세운 공로에 대한 대가인가, 아니면 앞으로 그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한 기대 때문인가?

전자의 경우이건 후자의 경우이건 병역면제 특혜 여부가 긴급 소집한 국무회의 의결로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아니면 국회가 개입해서 법안으로 처리해야 할 일인가?

월드컵 승리의 도취 가운데서 우리는 특수한 재능을 발휘하여 국가에 공헌 하는 사람들에게는 병역특례 조치가 가능하다는, 국민의 의무와 국가의 인력관리에 관한 매우 중요한 기본원칙을 인정해 버린 셈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원칙은 비단 축구뿐만 아니라 세계정상을 향하여 경쟁력을 기르는 일을 한시라도 멈추어서는 큰 차질이 빚어지는 다른 분야 대표주자들에도 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대중적 관심과 인기를 집중시킨다는 점에서는 스포츠 가운데서도 축구를 따라갈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스포츠를 떠나 문화예술이나 학술분야로 들어가면 대중적 인지도나 인기는 훨씬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문화나 학술분야에서의 뛰어난 성취가 국가에 이익을 가져오고 국가 위상을 높이는 점에서는 스포츠보다 못 할 것이 없다.

누가 먼저 원자탄을 발명하고 마이크로 칩을 만들었는가가 국력 대결에서 어떤 차이를 가져왔는가는 역사가 잘 보여준다.

폰 카라얀 같은 세계 정상의 지휘자나 피카소 같은 화가의 탄생이 국가 이미지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지에 관해서는 무수한 예를 열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스무살도 되기 전 피아니스트로 또는 무용수로 세계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접어드는데 성공했거나, 이십대 초반의 이론 물리학자로 전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는 천재 청년이 나타났을 때 그들에게 국가적 차원에서 돈을 들여 적극 지원은 못 해줄 망정 축구 선수들에게 인정 할 수 있는 정도의 병역특례 배려는 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닌지?

병역 특혜는 사후 포상 차원보다는 인재의 효율적 관리라는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완전면제 보다는 자질과 특기에 따른 적소배치의 원칙을 강화하는 쪽이 국가 이익과 국민적 정서에도 부합되며 우리 군은 이미 그러한 방향으로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특수 재능에 어린 시절부터 단절 없는 훈련을 필수로 하지 않고는 결코 세계 정상을 바라 볼 수 없는 음악이나 이론 물리학 등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 정상으로 진출 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세계적으로 검증 받은 극히 소수의 경우에는 입법적 차원에서 마련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병역 완전면제도 허용하는 정례적 방안을 이번 월드컵 대표 선수들에 대한 특혜 부여를 계기로 검토해 볼 일이 아닌가 싶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능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주었을 때 사회 전체가 얻는 혜택이 얼마나 엄청날 수 있는가를 우리는 너무도 실감나게 경험했으니, 이제는 시기심을 바탕으로 하는 맹목적 평등주의는 접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우리가 목이 마르도록 불러댄 대한민국은 이제 축구만 잘 하는 나라가 아니고 경제에서도, 문화에서도, 행정에서도 4강에 드는 나라임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그러나 월드컵 축구에서와 같이 탁월한 인재를 발탁, 배양하고 능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적극적 대책과 지원 없이는 그것은 불가능 한 일일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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