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불안하다.지난해 12월 에너지 거래 기업 엔론의 파산 이후 회계부정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미국 주가가 크게 하락한 데다가 경기회복을 위한 조세삭감과 정부지출 증대로 재정수지가 적자로 반전하면서 달러화마저 하락하였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실제 환율은 이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올해 초 엔화 약세를 전망하고 외환관리를 하였던 기업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한때 1,000P고지 돌파를 노리던 종합 주가지수가 700대로 밀렸고, 원화의 대미 달러환율이 1,200원 선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번의 대미 환율 하락은 달러 약세와 같은 폭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엔화와 다른 통화를 모두 고려하면 수출 경쟁력이 불리해지지 않았다.
또한 원화 강세에 따른 물가안정 효과로 금리가 안정되어 내수에 미치는 충격도 크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우리 나라 금융시장이 불안하였으나 7월 들어서는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일시적으로 달러 당 1,200원 밑으로 떨어졌던 환율도 다시 1,200원 수준에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미국의 주요 경제 예측 기관들은 미국 발 금융위기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으며 미국 경기가 향후 회복기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달 있었던 주요선진국(G7) 회의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은 향후 세계경기 회복을 전망하면서 성장세 유지를 위한 정책협조를 다짐했다.
국내 주요 경제 예측 기관들도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6~7%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국내 경제 예측 기관들은 최근의 금융불안에 따른 경기 후퇴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미국의 주가와 환율은 과거에도 몇 번이나 곤두박질쳤으나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 1996~2000년 미국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했으며, 다만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의 경상수지가 조정을 받게 될 시점이 언제일지 관심을 보여왔다.
이번 달러화 약세가 미국 경상수지 조정의 신호탄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지난 몇 년간의 고도성장과 거대 경상수지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것만은 확실하다.
문제는 향후 달러화 약세가 80년대 후반과는 달리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80년대에는 독일과 일본이 성장을 주도하였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달러화 약세가 일본과 유럽의 경기회복을 방해하면서 우리 나라 수출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이탈한 자본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로 유입되면서 오히려 달러 약세가 득(得)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하지만 이런 자본유입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우리는 해외 기관들의 낙관적 전망에 안주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미국 경제의 지나친 고성장으로 조정이 예상되던 지난 2000년에도 해외 전망기관들은 대부분 미국 및 세계 경제성장이 소폭 둔화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였으나 실제로는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면서 우리 나라의 경제성장률도 3%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최근의 달러 약세는 미국 경제가 조정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였던 미국 경제가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우리는 환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경제안정 기조를 유지하며,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유비무환의 자세로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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