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버지가 체내에 구리성분이 쌓여 시력 장애와 사지마비 등을 일으키는 윌슨병이라는 선천성 대사장애질환에 시달리는 아들을 목졸라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이 사건이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그 아버지 자신은 물론 딸까지 모두 이 병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을 죽인 아버지는 “내 몸을 의학계에서 연구대상으로 삼아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후손들이 다시는 이런 고통을 겪지 않을 것 아닙니까”라고 말해 주위를 가슴 저리게 했습니다.
이름조차 낯선 병마가 한 가족을 존속살인이라는 처참한 비극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지요.
몇 년전 소개됐던 대뇌백질 위축증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을 그린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 기억하십니까.
사실 고셔병, 왜소증, 베체트병, 파킨슨병, 모상세포백혈병, 혈우병, 골형성부전증, 백색증, 크론병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난치성 희귀질환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런 질환들은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의료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희귀병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늘기는 했지만 당장 범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은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희귀질환 환우회가 재단(foundation)을 만들어 불우한 환자에게 치료비를 대주고 관련 질환을 정복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개발돼 현재 임상시험중인 뮤코다당증 치료제도 환우회 재단에서 모은 기금이 만들어낸 성과물이었지요.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희귀질환에 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고, 치료 연구를 후원하는 등 희귀 질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및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국희귀질환연맹(www.kard.org)이 출범식을 가졌습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처럼 비영리 민간조직을 중심으로 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것입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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