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을 두고 중국에서는 예부터 색목인(色目人)이라고 불렀다. 아마 중국인에게 서양사람의 인상 중에 가장 색달랐던 것이 눈 색깔이었던 모양이다.아닌게 아니라 서양사람을 마주하고 파랗거나 뽀얀 눈 색깔을 보면 참 신기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어쨌든 색목인은 이방인을 뜻한다. 이름도 이상한 색목인 한 사람이 올 여름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4년 전, 아니 20개월 전만 해도 정보에 밝은 기자들도 그의 이름 Gus를 '구스' 또는 '후스'라고 헛짚고 다녔을 정도로 그는 한국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그 색목인이 지금 한국에서 최고의 영웅이 되었다. 정부는 훈장과 명예국민증을 수여하고, 대학은 다투어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어떤 지방자치단체는 동상까지 세울 계획이다.
항공사는 그에게 평생 일등석 탑승권을 제공하고, 기업마다 그의 얼굴과 이름을 내세워 기업이미지 강화를 노린다.
거리마다 그의 초상화가 큰 빌딩에 걸리고 사람들은 그 밑에서 사진 찍기를 즐거워하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투표를 하면 아마 그가 어떤 한국인보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을 것 같다.
■우리나라 역사상 외국인이 이렇게 국민적 추앙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을까. 아마 다른 나라에도 대단히 드문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경우와 비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국인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한국전 수행과정에서 맥아더 장군의 행동과 카리스마는 한 세대간 한국인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그에 대한 존경과 인기가 한국인을 생각하고 한국인과 교감하면서 얻은 것은 아니었다.
■전쟁 중 트루먼 대통령과의 불화로 해임된 맥아더는 더욱 한국의 대변자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그가 '아메리카의 시저'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 역사상 최대의 환영 퍼레이드를 받은 곳은 서울이 아니라 뉴욕이었다.
월드컵 4강 자축 환영 퍼레이드에서 열광적 환영을 받는 것을 보며 히딩크가 '한국의 영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확실한 월드컵의 나라에 가방 하나 들고 찾아왔던 히딩크는 다시 돌아가면서 '굿바이'라는 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도 한국사람의 환대에 혼이 빠진 것이 분명하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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