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실속있게'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측은 6ㆍ13 지방선거 승리 후 유리한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현정국에서 이 후보의 득표전략 기조를 이렇게 정리했다.
쟁점의 선점, 전시용 이벤트 등 공세적 행보는 당분간 자제하는 대신 후보의 인맥을 넓히고, 꼭 필요한 곳을 찾아가 작지만 확실한 지지층을 늘리는 쪽으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일부 측근은 “이런 때일수록 후보가 수권 능력을 과시하며 치고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국민의 견제심리 발동 가능성을 의식한 내실 다지기 주장에 밀렸다.
주초에 ‘포스트 월드컵’을 주제로 가질 예정이던 이 후보의 기자회견이 취소된 것이나 며칠 사이에 중립 내각 구성, 개헌 등 대형 현안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이 후보의 직접 언급이 전혀 없는 점도 이런 입장 정리와 맥이 닿아 있다.
이 후보는 요즘 하루 평균 2,3개의 당 내외 일정만을 소화한 뒤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는 데 할애하고 있다.
한 특보는 “이 후보가 종교인, 교수, 언론인 등 여론 주도층을 개별, 혹은 집단적으로 만나 여론을 청취하고 도움을 구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우군화(友軍化) 작업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세밀한 부분까지 당무를 챙기며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 지도부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 대선 정국에서 있을지도 모를 당의 균열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다.
이 후보측은 다음주부터 본격화할 전국 순회 민생투어의 개념과 일정도 재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상임위별로 취합한 정책 현안과 관련이 있는 장소를 찾아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도식적 프로그램에서 탈피, 상황에 따라 시의성과 상징성이 높은 방문 장소를 순발력 있게 선정해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4일 태풍 북상에 따라 당초 일정에 없던 서울 중랑 배수 펌프장을 방문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당내에서는 여전히 “후보의 목소리를 들은 지가 너무 오래됐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 후보가 정국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려면 8ㆍ8 재보선 선거전이 시작되는 이달 하순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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