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 김동호 지음12세기를 배경으로 한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소설 ‘바우돌리노’엔 낯선 전설의 나라가 등장한다.
‘요한’이라는 강력한 사제왕이 다스리는 거대한 기독교 왕국이다. 무슬림의 말 발굽 아래 고전하던 십자군은 요한이 어서 나타나서 사라센을 물리쳐주길 고대했다.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은 요한의 왕국에서 첫 걸음을 떼 동방 기독교의 자취를 따라간다. 이 답사의 목적은 일천년 이상 동서문명 교류사의 한 축을 이루었던 동방 기독교의 복원.
중세에 떠돌던 요한 왕의 전설을 추적, 독자들을 동방의 네스토리우스교(경교)까지 이끄는 방식은 추리소설을 방불케한다.
십자군 원정의 실패와 전 유럽을 벌벌 떨게 했던 몽고의 유럽 원정, 이를 통한 동서문명 교류사를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동방 기독교의 실체에 다가서게 된다.
431년 신학적 정치적 이유로 파문된 네스토리우스의 추종자들은 이후 일천년 간 순교와 박해 속에서 동서문명의 가교 노릇을 했다.
박해자는 로마 제국만이 아니었다. 페르시아의 군주 야즈데게르드의 손에 의해 하루 아침에 15만명의 네스토리우스 교도들이 몰살되기도 했다.
네스토리우스교는 그러나 중앙 아시아를 거쳐 중국까지 퍼졌다. 불교를 만나면 불교식으로, 도교를 만나면 도교식으로 변하면서 명맥을 끈질기게 이어갔던 것이다.
보살의 모습으로 그려진 예수 벽화나 도교나 불교에서 사상을 빌린 십계명 속에서 그들의 생존방식을 엿볼 수 있다.
중국, 일본, 라틴어, 영어 등 여러 언어권의 방대한 참고서들을 간결하게 압축시켰다.
빠르고 재미있게 읽히는 독서 체험은 가외의 소득에 불과하다. 서구 기독교의 그늘에 가렸던 역사의 조각을 다시 맞춰보는 지적인 재미가 더 크다.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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