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흉상에 풍차(네덜란드의 상징), 히딩크 발도장판까지….”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히딩크 감독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각 지자체의 ‘히딩크 숭배’현상이 도를 넘고 있다.
히딩크 감독과 별 관련이 없는 박물관 공원 경기장 도로사업 등에 앞다투어 그의 이름을 갖다 붙이려는 가 하면 ‘하멜박물관’ 건립까지 추진돼 전시성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 동구청은 거의 조성이 다 된 동구 효목동 통천사 옆 소공원을 ‘히딩크공원’으로 명명하기로 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있다. 이 공원은 동촌유원지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360여평 부지에 1월부터 15억원을 들여 산책로와 벤치, 자전거도로 등이 사실상 조성 완료된 곳이다.
구청측은 한국팀이 4강에 진출하자 느닷없이 이 공원에 ‘히딩크’이름을 붙이고 추가예산을 들여 히딩크 흉상과 풍차까지 설치키로 했다.
한 네티즌은 구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히딩크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후진국형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구청측은 “주민 반대여론이 있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면서 최종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광주시도 마찬가지. ‘월드컵 4강 신화’가 광주에서 이뤄진 것을 기념하기 위해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 시민증을 주려다 체면만 구겼다. 대한축구협회측이 “모든 지자체가 명예시민증을 준다고 하면 어떻하느냐”며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히딩크로(路) 추진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여론의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남 강진군과 해남군은 더 걸작이다. 강진군은 히딩크 감독의 선조로 유럽에 ‘조선’을 처음 알린 네덜란드인 하멜과 히딩크 감독을 연계시켜 하멜이 살았던 성동리에 ‘하멜 박물관’과 기념비를 건립할 예정.
이에 더해 해남군은 히딩크 감독과 월드컵 전사 23명의 발도장과 소망을 기록한 ‘월드컵 영웅판’을 제작, 땅끝 마을인 송지면 전망대에 전시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지자체들이 맹목적으로 히딩크의 이름을 갖다 붙이고 있다”며 “히딩크라는 이름이 장삿속에 농락당하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명상기자
msyn@hk.co.kr
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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