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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류 최대의 적 모기 / '한낱' 모기가 인류를 맥못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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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인류 최대의 적 모기 / '한낱' 모기가 인류를 맥못추게 했다

입력
200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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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대의 적 모기' 앤드루 스필먼 등 지음ㆍ이동규 옮김올 여름엔 모기가 매개하는 말라리아와 뇌염이 지난해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발생했다.

국립보건원은 일본뇌염모기가 최근 크게 늘었다며 주의와 예방접종을 권고했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

투명한 날개와 섬세한 다리, 약해 보이는 몸통을 지닌 모기는 대체 어떤 녀석이기에 우리를 이렇게 괴롭히는가.

가장 고등한 생명체인 인간의 피를 빨아 먹으며 흡혈귀로 살아가는 모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모기 전문가인 미국 하버드대 열대질병 선임연구원 앤드루 스필먼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언론인 마이클 디 안토니오가 함께 쓴 ‘인류 최대의 적 모기’는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있는 모기의 생태와, 말라리아 황열병 뎅그열 등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이 인류역사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를 살피는 흥미로운 책이다.

모기로 인한 대표적 피해 사례는 1881년 시작된 프랑스의 파나마운하 건설. 당시 건설 노동자들은 대부분 오두막에 거주했는데, 이들은 모기가 전염병의 매개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방충망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모기들은 오두막에서 노동자의 피를 마음껏 빨아먹기 시작했다.

결국 말라리아로 1,200여명이 죽은 뒤 공사는 1884년 중단된다. 이 사업에 돈을 댔던 수만명의 투자자들은 30억 달러 상당을 날렸고 사업을 추진한 페르디난드 드 레셉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모기가 초래한 질병이 인류 역사에 개입한 기록은 얼마든지 더 있다. 고대 로마인들은 팔라티노 언덕에 ‘열병의 신’을 기리는 신전을 세우고 여름마다 발생하는 치명적이고 불가사의한 질병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주교들은 로마의 말라리아가 두려워 가급적 로마에 오지 않았으며 침략자들도 외곽까지 쳐들어온 뒤 말라리아 감염을 우려, 얼른 철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대 중국에서는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을 여행하려면, 미리 아내가 재혼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떠나라는 충고를 할 정도였다.

이집트의 미라들은 말라리아 때문에 비장이 부풀어 있으며 알렉산더대왕도 기원전 323년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 노예선을 타고 카리브해에 도착한 이집트숲모기는 이 지역에 황열병 공포를 몰고 왔다.

카리브해의 바베이도스에서는 17세기 중반부터 말까지 황열병으로 수천명이 숨졌으며 황열병에 시달린 사람들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르는 해안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황열병은 그곳까지 따라왔다. 1793년 당시 미국연방정부가 있던 필라델피아는 매일 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조지 워싱턴대통령도 마운트 버넌으로 피할 정도였다.

인구의 10분의 1가량이 숨진 필라델피아는 유령도시가 됐다. 그래서 일부 역사가들은 당시 미국에서 목화, 노예제, 남북전쟁 다음으로 모기와 황열병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모기와 인류의 투쟁에서는 늘 모기가 승자였다. 20세기 들어 DDT 등 모기를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화학약품들이 개발됐다.

하지만 모기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화학약품에 능숙하게 적응하면서 자기 생존력을 확보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도 그럴듯한 방법은 제시하지 못한다.

모기나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새, 박쥐 등을 번식시키고 말라리아, 황열병 등의 좋은 치료제를 개발하며 모기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해 효과적인 방제활동을 펴는 것 등이 보기로 나오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그것은 인류가 250만년 전 지구상에 출현한 데 비해 모기는 2억년 전부터 종족을 유지해왔으며 인간보다 더 잘 적응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우선 모기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모기의 피해를 최소화할 또 다른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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