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0일 새벽4시, KBS1 TV ‘체험 삶의 현장’의 외주제작사 TNT의 작가 최은경씨는 보름간 매달려온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 전화를 걸어온 이천수 선수는 출연하겠다는 소식을 알렸다.월드컵대회가 끝나가면서 방송가에 포성없는 전쟁이 벌어졌다. 한국 대표팀 선수 섭외 경쟁이다.
‘체험 삶의 현장’도 14일 포르투갈전이 끝나고 16강 진출이 확정되면서부터 선수들과의 접촉에 들어갔다.
대표팀 선수는 물론이고 박항서 코치까지 공략했다. ‘체험 삶의 현장’ 제작진이 집중적으로 섭외를 시도한 선수는 이천수 홍명보 김남일 송종국.
최씨는 받지도 않는 이천수의 휴대폰에 100통화도 넘게 전화를 걸어댔고, 독일전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첫 통화가 이루어졌다.
훈련도중 잠깐 휴식을 취하던 찰나였다. 이천수는 불우이웃돕기라는 취지에 공감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경기가 남아 있어서 당장 결정은 어려운 상태. 3ㆍ4위전을 마치고서야 확답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다음날인 7월1일 촬영에 들어갔다. 이천수의 일터로 서울 남대문시장의 갈치조림식당이 결정된 것도 비밀에 부쳤다.
음식을 배달하는 이천수를 보기 위해 시장통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촬영은 오후 3시~6시 3시간으로 만족했다. 이천수는 일당 3만원과 상인들이 모아준 10만원을 받아들었다. 7일 방송된다.
가장 섭외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던 홍명보는 에이전트, 가족, 구단(포항 스틸러스)에 모두 연락했으나 “나는 축구선수이지 방송인이 아니다”는 정중한 거절의 답만 들었다.
김남일은 아버지 김재기씨가 대타로 나섰다. 태극기 제조공장에 다녀와 일당 대신 받은 태극기를 터키전때 관중에게 나누어주었다.
‘멸치잡이배를 타고 싶었다’던 송종국은 7경기를 모두 소화하느라 체력이 달려 출연하지 못했다.
MBC ‘느낌표’에 홍명보가 출연키로 하는 등 간간이 대표팀 선수의 방송 출연 소식이 들려온다.
대중스타로 떠버린 대표팀 선수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싶은 시청자의 마음, 선수 아니면 선수 가족이라도 모셔다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방송의 고민을 이해는 한다.
그러나 방송인이 아니라 축구선수이고픈 그들의 생각도 존중해야 할 때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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