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의 노래가 들리지 않는 여름은 상상할 수 없다!’광고 카피 같지만 사실이다. 쿨은 1994년 데뷔 이래 매년 여름마다 댄스곡을 타이틀로 한 음반을 내놓았고 놀랍게도 대부분 히트를 쳤다.
지난해의 ‘점포 맘포’도 60만장 가까이 나갔다. 1년 버티기도 힘들다는 가요계에서 8년 동안 줄곧, 그것도 열성적인 오빠부대를 거느리지 않고 인기를 유지하는 댄스가수로는 유일하다.
지난해 가을 발라드만을 모은 스페셜 음반 ‘아로하’로 잠시 외도를 했던 쿨.
그러나 올해도 여름이 시작되자마자 경쾌한 댄스를 타이틀 곡으로 한 새 음반을 들고 나타났다. 통산 10번째, 정규음반으로는 7번째다.
타이틀 곡 ‘진실’은 쿨과 인연이 깊은 윤일상-이승호 콤비의 작품이다.
귀에 착착 감기며 따라 부르기도 쉬운 멜로디, 단순 경쾌한 댄스 리듬에 이재훈 유리 김성수가 돌아가며 들려주는 목소리가 “역시, 혹은 여전히 쿨이구나”하는 반가운 마음마저 들게 한다.
노랫말도 쿨의 특기인 신세대 사랑.
‘너는 그랬어 너의 커피는 향기가 좋다던 까만 블랙 커피/ 너는 그랬어 너의 저녁은 건강에 좋다던 초록 샐러드 뿐/ 너도 그랬어 너와 만날 때 실내가 꽤 넓은 까만 자동차 운전이 서툰 건 나 때문인 줄만 굳게 믿었어’
1990년대 초반을 휩쓸었던 신세대라는 말이 더 이상 신선하지도,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지도 않은 2002년에도 쿨이 노래하는 신세대의 사랑 얘기에는 별 거부감이 없다.
가볍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스타감’이 아니면서도 정확하게 역할을 분담한 세 사람이 때로는 과장된 복고풍으로(김성수), 때로는 약간의 냉소가 실린 시시한 말장난처럼(이재훈), 그도 아니면 눈 앞에서 떨어대는 애교로(유리) 다가오는 쿨의 노래는 너무나 가벼운 게 오히려 강점이 되는 드문 경우다.
덥고 짜증나는 여름, 특별히 귀 기울이지도 않고도 편하게 들으면서 흥얼거리거나 몸을 흔들면 되기 때문이다.
쿨의 음반을 사가는 주 고객의 하나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생맥주 집이나 카페라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쿨만의 매력이 되었고, 여름이면 늘 들어야 하는 음악으로 소비자들을 익숙하게 만든 것이다.
음반마다 이재훈이 골라내는 노래들의 일관된 흐름은 쿨 자신도 그것을 잘 안다는 반증. 이번에도 ‘숙아’ ‘새드 카페’ 등 ‘진실’ 못지 않은 곡들이 많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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