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보석이 무엇인지 몰랐다. 모래와 조개와 돌멩이와 나란히 누워 빛나는 보석. 누군가가 얘기해줬다.유리 조각이라고. 파도와 바람에 몸을 부비면서 둥글고 매끄럽게 다듬어진 유리라고. ‘바다유리’라고 부른다고.
도종환(48)씨가 어른을 위한 동화 ‘바다유리’(현대문학북스 발행)를 펴냈다. 유리 조각이 바다유리가 되기까지의 긴 여정이다.
투명한 유리는 어떤 빛깔도 더하거나 빼지 않고 세상을 비춘다. 동화는 그러니까 유리로 본 세상 이야기이기도 하다.
뜨거운 불 속에서 태어난 유리컵이 여자 아이의 우유잔이 되었다. 아이는 자라나 시를 쓰고 사랑을 하고 학생운동을 했다.
여자의 연인도 학생운동을 하다가 사망한다. 우유잔이 깨지고 며칠이 지난 뒤였다. 화장을 하는 바닷가에는 유리조각이 버려졌다.
오래오래 시간이 지나면서 유리는 날카로운 모서리가 조금씩 깎여 동그랗게 다듬어졌다. 바다유리가 됐다.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상처와 아픔을 거치면서 단련된다고 한다. 누구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쉽고 빠르고 안온한 데 길들여진 사람들이 더 이상 시련과 고통을 참아내지 못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평범한 삶의 진리를 동화 속에서 몇 번이고 들려준다.
“보석의 크기는 곧 눈물의 크기이고 상처의 크기이지.” “상처도 삶의 일부, 몸의 일부라고 생각해야 해. 상처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만 상처는 치료될 수 있어.” “상처를 이기고 상처 속에서 거듭나는 길이 있을 거야.”
도종환씨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베스트셀러 시집 ‘접시꽃 당신’일 것이다. 그는 그러나 이제는 문학으로 참교육을 실천하는 교사 시인으로 익숙하다.
그는 해직 10년 만인 1998년 복직해 충북 진천군 덕산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시인이 생각하는 시의 신념은 동화 속 남녀의 대화 속에 정직하게 담겨 있다.
“관념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참된 몸뚱어리를 갖춘 시가 되기 위해서는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줄 아는 역사의식이 필요해.” “시는 고뇌하는 한 개인의 영혼을 위해서도 존재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시인은 힘있게 말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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