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의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초대형 급 태풍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제5호 태풍 라마순(RAMMASUN)은 최근 한반도 인근에서 발생한 태풍 가운데 가장 위력적이고, 규모가 큰데다 품고 있는 수증기의 양도 엄청나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된다.▼많은 비구름대 동반
태풍 라마순의 궤적을 좇고 있는 기상청은 태풍의 심상찮은 규모와 행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태국어로 ‘천둥의 신’이라는 이름답게 라마순은 1990년대 이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 중 강도, 규모면에서 최대급이기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 분류상 최강인 ‘TY급’ 태풍 라마순은 초속 15㎙ 강풍이 부는 영향반경이 무려 740㎞, 중심풍속이 초속 44㎙에 달한다. 2000년 8월 28명의 사망ㆍ실종자와 수천여㏊의 농경지 침수 피해를 냈던 ‘프라피룬’의 영향반경이 700㎞, 중심풍속이 초속 34㎙였음을 감안하며 그 위력을 가늠할 만하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라마순이 풀어놓을 엄청난 수증기양. 이번 태풍은 많은 비구름대를 동반한 습한 태풍인데다 덩치가 워낙 커 북쪽 한기와 만나면서 전면에 수렴대가 형성돼 집중호우를 쏟아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장·공장 침수,피해 확산
벌써부터 남부지방이 타격을 입고 있다.이날 태풍의 간접 영향을 받은 경북 칠곡군 동명면 금암리와 봉암리 일대에서는 오후 5시부터 불과 2시간여 동안 121.5mm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저지대의 마늘보관창고와 자라 양식장,달팽이 농장,벽돌공장 등이 침수됐다.
오후3시 태풍주의보가 발령된 제주도내 항·포구에는 제주 연근해에서 조업·항해하던 선박 4,000여척이 긴급 대피했다.또 한라산 입산이 전면 통제됐고,산간 계곡과 유원지 등의 행락객도 긴급히 소개됐다.
서해교전 발생 나흘만인 3일 조업을 재개했던 연평도 어선들도 라마순 북상에 따라 이날 인천항으로 긴급 대피하는 등 주름살이 더 깊게 패고 있다.오전 10시 출항 예정이던 연평도~연안부두 여객선 실버스타호도 예정시간보다 2시간 앞당겨 출발했다.
이에 앞서 라마순이 비켜 온 일부 오키나와현 미야코 섬에는 3일 밤부터 초속 45m가 넘는 강풍이 불면서 전력선이 끊겨 1만4,500여 가구에 전가공급이 끊겼으며,83개 항공편 취소로 섬이 고립됐다.대만신주에서는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전국 재해 우려지역 6,000여개소에 공무원이 상주관리토록 하는 한편 대규모 공사 장과 시설물에 대한 예방 지도 활동에 나설 것을 전국 각 시
·도 지자체와 유관기관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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