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3일 성명은 7ㆍ4 공동선언 30주년을 맞아 발표됐으나 서해교전 사태로 빚어진 남북 경색을 무색케 할 정도로 화해 지향적이다.북측은 특히 7ㆍ4 공동선언에 관한 ‘정부 비망록’까지 공개하며 남북 협력을 강조했다.
북측은 서해교전 사태를 의식한 듯 “지금 북남관계는 외세와 반통일세력의 방해 책동으로 일시 곡절을 겪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쌍방이 합의한 대로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는 북한이 교전사태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어서 조만간 당국간 대화를 먼저 제의해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북측의 태도변화는 교전국면을 끌어봐야 득이 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다. 북측 입장에서 이번 사태는 군부의 자존심을 세우고 내부결속을 다진 측면이 있지만, ‘악의 축’을 자인한 ‘자살 골’의 성격이 짙다.
북한은 사활적 이해관계인 미국이 특사파견을 철회한 데다 남한의 여론마저 악화, 고립무원이 됐다.
북측은 이 같은 수세를 남한과의 관계복원을 통해 탈피하겠다는 전술적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통남(通南)을 통해 북미대화의 명분을 쌓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측은 추궁기를 앞두고 남측이 준비 중인 식량지원 등 실리를 챙겨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북측은 교전사태에도 불구하고 리광근 축구협회장(무역상)이 정몽준(鄭夢準)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월드컵 성공 축하서한을 보내고 남측 인사의 평양 방문을 허용하는 등 다분히 이중적인 대남 태도를 보여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관계동결 등 최악의 시나리오만은 피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의 희망과는 무관하게 남북 당국간 대화가 조기에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남북 모두 교전사태의 파장을 정리하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할 때까진 어느 정도 냉각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북측은 대남ㆍ대미 관계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유보하면서, 사태 해결의 핵심인 군사회담에 불응하고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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