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가 양성한 중국인 사제가 탄생했다.주인공은 1999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초청으로 한국에 유학 와서 부제 서품까지 받은 리동(李冬ㆍ30).
6월 29일 중국 텐진(天津)교구 시가이(西開) 주교좌 성당에서 스홍첸(石洪臣)주교로부터 사제품을 받았다.
한국 천주교 신자들의 도움으로 중국 지린(吉林)성 지린신학교 출신의 조선족 사제가 탄생한 적은 있지만 중국인 사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특히 리동 신부의 사제 서품은 한국과 중국 천주교회의 교류사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중국교회는 1795년 한국교회를 위해 주문모 신부를 파견했고, 이후 종교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건너간 김대건 신부가 1845년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도록 도와줬다.
한국교회로서는 200여년 만에 중국교회에 ‘형제적 나눔’을 보은한 셈이다.
중국에서 열린 서품미사는 이례적으로 텐진교구 사제단과 한국측 사제단의 공동집전으로 봉헌돼 양국 교회간 우의를 보여줬다.
이 자리에는 리동 신부의 후원인 역할을 했던 김수창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 위원장, 정광웅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본부장과 리동 신부의 스승인 최기섭 가톨릭대 교수 신부 등 한국측 인사 76명이 참석했다.
리동 신부는 서품식이 끝난 뒤 열린 첫 미사에서 “한국교회가 3년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한국과 중국교회가 형제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리동 신부는 앞으로 텐진교구장 비서로 근무하면서 시가이 성당에서 중국 동포들을 위해 한국어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한편 리동 신부와 함께 한국에서 공부한 왕지앤공(王津功ㆍ30) 부제도 8월 17일 산시(山西)성 타이위엔(泰原) 교구에서 사제품을 받는다.
왕 부제는 한국과 중국교회의 우의를 확인하기 위해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날과 같은 날짜에 서품식을 갖는다.
왕 부제는 서품식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와 가톨릭 신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리 신부와 왕 부제의 한국 초청을 주도하고 후원한 단체는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의 김대건 성인장학회.
현양위 관계자는 “중국 신학생이 국내에서 공부해 사제서품까지 받게 됨에 따라 중국 지역의 복음화를 위한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중국 신학생을 국내로 초청해 사제교육을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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