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민넷 '사이버멘토링' / '인터넷 의자매'가 세상을 바꾼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민넷 '사이버멘토링' / '인터넷 의자매'가 세상을 바꾼다

입력
2002.07.05 00:00
0 0

“누군가 내가 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자기 일처럼 진지하게 고민해주는 느낌,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큰 위안은 정말 처음인 것 같아요”지난해 12월 둘째아이를 출산한 주부 장흥숙씨(29ㆍ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는 육아문제를 이해 못하는 상관과 갈등을 빚다 3월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했다.

막상 퇴사하니 두 아이의 뒷바라지에 정신이 없다가도 인생이라는 것이 한없이 어두운 터널을 헤매는 것처럼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때 여성공익사이트 위민넷(www.women-net.net) 에서 사이버멘토링에 참가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접했다.

사이버멘토링이란 사회생활과 인생의 안내자가 될만한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1대1로 연결시켜 사이버공간에서 상담과 대화를 나누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여성들이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형성, 보다 성공적인 사회진출의 밑거름이 되도록 돕는 제도다.

여성부가 위민넷을 개설하면서 올해 처음 도입, 106쌍의 멘토(Mentor: 스승)와 멘티(Mentee: 제자)가 지난달 6월 1일부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재취업과 여성으로서의 자아찾기에 관심이 많은 장씨의 멘토는 현재 여성민우회를 이끌고있는 윤정숙 대표다. 윤

대표 역시 스물아홉의 나이에 인생행로에 대한 고민 끝에 여성운동에 투신한 이력이 있어서 장씨는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1 주에 보통 5~6번씩 인터넷에 접속해 대화를 주고 받는데 월드컵 응원얘기며 이제 7개월에 접어든 둘째아기 육아문제며, 자신의 꿈을 어떻게 이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두사람의 이야기 속에는 안 다뤄지는 주제가 없다.

재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영어공부가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고 토익 900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장녀라 늘 언니가 있었으면 했는 데 이제 진짜 언니를 얻은 것 같아요. 살다보면 친정엄마한테도 남편한테도 못하는 이야기들이 있잖아요. 그걸 멘토님과는 할 수 있거든요. 나도 언젠가는 나 같은 사람한테 희망을 줄 수 있는 멘토가 되도록 더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매일 생각하지요.”

역시 재취업을 준비하고있는 주영희씨(26ㆍ청주시 흥덕구 신봉동)는 건축에 대한 오랜 꿈을 멘토링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건축모형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지만 집안사정 때문에 상고 졸업 후 바로 취직했던 주씨는 지난 5월 ‘늦은 나이이지만 인생을 더 이상 소비하고싶지 않다’는 판단아래 퇴직했다.

그러나 혼자서 건축분야로의 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때 마침 사이버멘토링을 접했고 운좋게도 건축설계를 하는 분이 제 멘토가 되셨어요. 앞이 안보이는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난 기분이랄까, 멘토님과 얘기하면서 건축모형업은 대학졸업장 보다는 취업을 통한 경력과 인맥쌓기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았고 실제로 여러 관계자들도 소개받았구요. 남자들은 학연이지 지연이니 해서 선후배관계가 끈끈하고 서로 끌어주는 분위기잖아요. 그게 늘 부러웠는데 사이버멘토링을 통해 여자들도 그런 서로 돕고 끌어주고 인맥쌓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사이버멘토링은 멘티뿐 아니라 멘토에게도 인생의 한 전환점을 마련해준다.

주씨의 멘토인 홍을경씨(35ㆍ일건건축사무소)는 “멘토링을 하면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내 인생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계기가 되서 오히려 큰 도움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대학 다닐 때 여자선배들한테 도움받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는데 건축분야에는 그럴만한 여자선배들이 너무 없었어요. 그래서 나라도 그런 역할모델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멘토로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열심히 자신의 꿈을 개척하려는 사람에게서 자극도 많이 받구요, 저도 오랜 직장생활탓에 좀 정체된듯한 느낌이었는데 1년뒤 10년뒤 내 모습을 그려보며 다시 한번 힘을 받는 느낌입니다.”

사이버멘토링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위민넷을 위탁운영하는 비즈우먼에 사이버멘토링 신청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제 1회인 올해 참가자들은 12월까지 활동하고 제 2회 사이버멘토링은 내년초 다시 모집할 예정. 벌써 멘티 지원자만 400명, 멘토 지원자는 50명 정도가 대기자로 올라있는 상태다.

사이버멘토링 사이트관리자인 김선화씨는 “사이버멘토링은 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들의 사회적 네트워킹을 확대ㆍ강화해주는 것이 큰 장점”이라면서 “여성들의 건강한 네트워크는 사회적으로도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에 우리사회의 경쟁력 강화에도 큰 몫을 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사이버멘토링이란 사회생활과 인생의 안내자가 될만한 사람들,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1대1로 연결시켜 사이버공간에서 상담과 대화를 나누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여성들이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형성,보다 성공적인 사회진출의 밑거름이 되도록 돕는 제도다.여성부가 위민넷을 개설하면서 올해 처음 도입,106쌍의 멘토(Mentor:스승)와 멘티(Mentee:제자)가지난달 6월1일부터 활발히 활동중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