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크로스 보팅(자유투표)을 통해 국회의장을 뽑기로 합의한 가운데 재미있는 제안이 하나 나왔다.의장 후보들이 상대당 의원총회에 가서 출마 이유를 당당하게 밝히자는 ‘크로스 정견발표’ 다.
■의총은 각 정당이 중요 현안이 있을 때 토론과 당론결정을 위해 소집한다. 자연히 상대당 성토장이 되고 강경발언이 분위기를 선도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원내총무 등 당지도부는 골치아픈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의총을 교묘하게 이용해 책임을 분담하기도 한다.
자신없는 총무나 지도력이 약한 지도부 일수록 의총을 자주 소집한다는 얘기가 빈말이 아니다.
의총에서 한번 결정된 사안은 변경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서는 또 다시 의총을 여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의총은 의원들이 당론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견제장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각 당이 주요의안이 걸려있는 본회의나 표결 직전에 의총을 소집하는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는 정당의 벽을 허물고 의회정치를 진일보 시키자는 목적아래 의장선출에 크로스 보팅을 도입한 게 아니다.
원 구성을 무작정 미룰 경우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게 돼있어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말이 크로스 보팅이지 자유롭게 상대당 후보를 찍어 줄 양식있는 의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크로스 보팅이 당론투표의 한계를 극복하자면 취지에 걸 맞는 절차의 보완이 필요하다.
■‘크로스 정견발표’에 대한 각 당과 의원들의 견해는 제 각각이다. 좋은 아이디어라는 반색이 있는가 하면 ‘자유투표는 모든 의원이 후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크로스 정견발표’는 그 취지를 모르는 발상’ 이라는 반박도 있다.
일각에서는 출마자들이 본회의장 에서라도 정견발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누가 무엇 때문에 나왔는지는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장이 되기 위해서는 재적(260명)의 과반인 131표가 필요하다.
현재 의석분포는 한나라 130, 민주 111, 자민련 14, 무소속 5명이다. 처음 해 보는 자유투표에 의한 의장선출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지 궁금해진다.
이병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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