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직매입과 수수료 등만 매출액에 산정토록 회계기준이 바뀜에 따라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롯데쇼핑은 신세계에 덜미를 잡히고, 현대백화점은 외형상 중소 규모 백화점으로 전락할 처지다.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종합상사, 백화점 등 도ㆍ소매 유통업체의 매출 거품이 심하다고 판단, 내년부터 수출을 대행해주던 제조업체나 직매입을 제외한 입점포의 매출에 대해서는 커미션이나 수수료만 매출에 산정토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특정 매입’의 경우 매장에서 팔리지 않은 제품은 제조업체로 반품되는 만큼 마진을 제외하고는 매출로 인정되지 않게 된다.
외형 매출이 해외 차입이나 수출선 확보에 직결되는 종합상사에 비해 백화점 등 소매 유통업체들은 이 같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업계 내 순위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출액 변화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주가 등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기업의 외형 규모가 절반 이상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 이미지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회계기준 변경은 롯데, 신세계, 현대의 ‘빅3’ 체제를 뒤흔들어 놓을 전망이다. 신세계의 경우 직매입을 대부분으로 하는 할인점 이마트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외형 매출이 소폭 감소하는 반면, 백화점 매출이 대부분인 롯데와 현대의 경우 최소 50% 이상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
지난해 롯데와 신세계 매출은 각각 5조6,817억원, 4조9,594억원이었지만 새로운 회계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신세계(4조원 가량)가 롯데(2조5,000억~3조원)를 크게 앞서게 된다. 더구나 현대의 경우 매출 7,000억~8,000억원 규모의 중소 업체로 전락해 ‘빅3’ 대열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TV홈쇼핑업계 역시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판매비중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LG홈쇼핑과 CJ39쇼핑의 경우 올해 각각 2조원과 1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지만 PB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의 경우 마진만 매출에 포함되기 때문에 외형 매출액이 30% 전후로 크게 하락할 전망. 업계 관계자는 “외형 매출이 업체의 위상을 사실상 결정짓기 때문에 판매액이 모두 매출에 잡히는 PB 상품 확대 경쟁도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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