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태국대사관.직지사 템플스테이(사찰문화체험)에 초청해준 불교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이 자리에서 솜분 쌍이안붓 대사가 도영 조계종포교원장 등 스님 8명에게 즉석에서 삼배(三拜)를 올려 좌중을 놀라게 했다.
솜분 대사뿐 아니라, 지난달 11~12일 20개국 주한 외교사절과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직지사 템플스테이는 지금도 화제가 되고 있다.
월드컵 기간 숙박난을 해소하고 외국관광객에게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시작해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템플스테이는 ‘절반은 성공했다’는 평가.
예상보다 저조한 참여율에도 불구하고 한국 불교를 해외에 알렸고, 주5일 근무제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포교 전략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33곳의 전통사찰이 운영한 템플스테이에 1박2일 또는 2박3일 일정으로 참여한 외국인은 모두 930여명으로 집계됐다.
또 사찰 경내를 둘러보거나 다도 등 간단한 불교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까지 합치면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많이 참여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순이며, 사찰은 전등사 약천사 송광사 통도사 해인사 무각사 순이었다.
템플스테이는 숙박을 하지 않고 단순히 둘러보는 유럽의 수도원 방문이나 단순히 사찰 인근에서 숙박만 제공하는 일본와 달리 일반인에게 참선, 발우공양, 울력, 예불 등 다양한 사찰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템플스테이 참가자 대부분이 설문조사에서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CNN, NHK, 뉴욕 타임스 등 20여개 해외매체의 취재요청이 잇따랐다.
전등사, 갑사, 삼광사 3곳의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미국인 캘리 마틴(여)씨는 “10월과 내년 4월에도 다시 한국을 찾아 그곳에 머물 것”이라며 월드컵 이후에도 행사를 계속 유지해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는 하루 참여인원이 20명 꼴에 그쳐, 일일 1,500명의 수용인원을 예상했던 당초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다.
템플스테이 사무국은 “월드컵 기간 일반 숙박시설도 텅비었던 현실을 감안하면 숙박난 대비책으로 기획된 템플스테이의 예약률 저조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문인협회(송광사), 주한 외국대사(직지사), 영국 블레어 수상 공보수석보좌관(내소사), 독일 쌀타첼로(해인사) 초청 등 이벤트성 홍보에만 주력해 일반 외국인을 위한 홍보가 미흡했다는 자체 평가도 나왔다.
불교계는 여름수련법회가 끝나는 9월부터 한시적 템플스테이 운영을 상시적 체제로 전환하고 내국인도 참여하도록 사실상 방침을 정했다.
통도사 범어사 삼광사 등 10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부산지역 사찰들은 대회기간 템플스테이를 다시 열기로 했고, 수덕사 낙산사 부석사 등은 추가로 템플스테이 운영사찰로 지정해 줄 것을 종단에 요청한 상태다.
조계종 포교원 황찬익 포교과장은 “외국어에 능통한 자원봉사 186명을 확보하고 일반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진 상태인 만큼 템플스테이를 상시 운영체제로 전환해도 무방하다”며 “앞으로 외국인과 내국인을 위한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중저가 숙박대상에서 분리해 별도 예약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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