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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서 본 中기류 / 탈북사태 反韓불씨 월드컵이 기름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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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서 본 中기류 / 탈북사태 反韓불씨 월드컵이 기름부어

입력
200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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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교 1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에 최근 들어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그렇고 국민 감정 측면에서도 그렇다.지난달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대사관 영사부에서 발생한 중국 공안의 침입 및 한국 외교관 폭행이 양국 사이에 앙금으로 남아있는 데 이어 월드컵이 묘하게 중국민의 반한 감정을 일으킨 것이다.

한중 관계는 92년 수교 이후 점진적으로 발전돼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 자리매김돼 왔다. 그러나 탈북자라는 돌출 변수가 부상하면서 긴장관계가 시작됐다.

탈북자 문제는 중국을 국제적 인권 시비에 휘말리게 했고, 북한으로부터 눈총을 받게 했으며, 한국과도 팽팽한 갈등 관계를 만들었다. 급기야는 탈북자를 단속하기 위해 우리 공관에 중국 경찰이 무단침범하고 이를 막으려던 한국 외교관들과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사건의 외교적 수습 과정에서 중국 언론은 한국이 먼저 잘못을 저질렀다는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만을 게재해 중국민들이 한국을 오해하고 비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6월의 월드컵은 중국인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렸다. 한국이 보여준 응원 열기와 세계 수준의 실력은 아시아의 맹주로 자처하는 중국민들을 경악케 했고, 한 골도 못 넣고 귀국한 중국 대표팀과 4강에 오른 한국팀을 비교하면서 질시가 싹튼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계기는 중국과 터키전에서 한국민들이 일방적으로 혈맹이라는 이유로 터키를 응원한 것이다.

중국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이때부터 눈에 띄게 확 바뀌었다. 언론들은 한 달 내내 노골적인 표현으로 한국 축구를 비하하고 매도했다.

한 일간지는 한국이 4강전에서 독일에 패배하자 “한국 축구의 음모가 이제야 끝났다”라고 보도했다. 한국을 매도한 기사들을 보면 “한국 축구의 8강 진출은 아시아의 치욕”, “우리는 하룻밤에 졸부가 돼 버린 한국인들을 칭찬할 수 없다”, “한국 축구팀은 썩은 사과”, “마피아보다 더 검은 손이 경기를 조롱했다”, “한국의 월드컵을 위해 환호하지 말자” 등 비방 일색이었다.

최근 중국인들의 대 한국 시각은 “한국이 어떻게 감히…”라는 그들의 기분으로 요약된다. 중국 정부도 처음부터 월드컵에 공무원들의 출국을 막고, 관광객들의 항공편 허가를 늦게 내주는 등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인의 반한 감정이 지방으로까지 퍼지며 확산되자 일부 언론은 중국인의 태도를 비판했다. 인민일보는 최근 “우리 스스로 먼저 반성하자”는 기사를 실었다.

베이징 만보(北京 晩報)는 “한국이 좋은 성적은 낸 것은 한국 정신력의 승리”라며 중국 축구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홍콩 언론들은 중국 축구는 우물에 빠진 소영웅이며 힘과 투지가 실종했다고 비판했다. 또 돈 생각밖에 없으며 밖을 보는 지혜도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중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번 월드컵이 낳은 반한ㆍ반중 감정은 서로 경계해야 한다”며 “이제 감정을 추스리고 평상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이 한국에 호의적이지 않은 이상 이같은 이상 기류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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