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배우의 버디(2인조)무비의 공식은 뚜렷하다. 얼마 전 개봉한 ‘쇼 타임’ 역시 중후한 백인 형사 로버트 데니로와 따발총 수다맨 에디 머피를 파트너로 엮어 코믹 터치의 영화를 만들었다.‘배드 컴패니’(Bad Company)도 그렇다. 언제나 중후한 매력의 안소니 홉킨스와 요즘 막 떠오르기 시작한 흑인 코믹 배우 크리스 록을 파트너로 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영화 초반 크리스 록의 이미지가 고상하다.
휴대용 핵무기를 손에 넣은 러시아 밀매업자 바스와 2,000만 달러의 거래를 성사시킨 미 CIA 요원 케빈 폽(크리스 록).
골동품상이자 무기 밀매업자로 위장한 그는 바스에게 계약금을 넘겨주고 돌아오는 길에 제3의 인물로부터 총격을 당한다.
옥스(안소니 홉킨스) 요원은 급히 그를 구출하지만 이미 절명한 상태. 여기까지 크리스 록은 차분하고 냉철하다.
그러나 다음부터는 영 딴판. CIA는 제3의 인물이 폽이 죽은 것을 모르자 대안을 찾는다. 그의 쌍둥이 동생을 찾아낸 것이다.
그가 바로 제이크. 일란성 쌍둥이니 당연히 얼굴을 똑같지만 그는 야구, 뮤지컬의 암표를 팔고 다니는 야바위꾼.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머리 회전이 빠르다. 돈이 없어 여자친구와 헤어질 위기에 처한 제이크는 10만 달러를 받고 죽은 형이 되기로 한다.
뉴욕 뒷골목을 전전하던 길거리 암표상을 명문대를 졸업한 정예 요원으로 만들기 위해 옥스는 고군분투하고, 마침내 케빈 폽이 된 제이크.
체코의 고급 호텔에 투숙, ‘프리티 우먼’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이 때 나오는 노래 역시 영화 ‘프리티 우먼’의 주제곡.
폽으로 위장한 제이크는 핵무기를 반출하려 하지만 일은 꼬이고, 핵무기 가방을 탈취한 러시아인들이 뉴욕에 잠입해 여자친구를 인질로 잡고는 제이크와 협상을 요구한다.
핵무기를 가동시키려면 노트북에 제이크의 눈동자를 인식시켜야 하기 때문.
비교적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반전도 있지만 옥신각신하는 흑백 파트너, “네가 아니면 누가 지구를 구하니”식의 상투적인 대사, 식상한 반공 논리가 매력적인 배우의 연기에 몰두할 수 없게 만든다.
앤서니 홉킨스의 고급스런 말투나 눈빛이 그대로 살아있고, 긴박감 넘치는 도입부나 고급스런 배경 음악도 꽤나 매력적인데….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평작. 5일 개봉. 12세 이상.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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