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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응원소품 사료로 남는다…국립미속박물관 수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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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응원소품 사료로 남는다…국립미속박물관 수집 나서

입력
2002.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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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평 크기의 초대형 태극기, 거리를 휩쓴 붉은 티셔츠와 태극기 패션 용품, 네티즌이 히딩크 감독에게 선사한 ‘히동구’ 주민등록증….한국과 세계의 6월을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대축제의 소품들이 역사를 증언하는 사료로 박물관에 영구 보존된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이종철)은 온 국민이 붉은 옷을 입고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하나가 됐던 감동의 현장을 역사의 한 장에 생생히 기록하기 위해 관련 자료 수집에 나섰다.

박물관 하면 주먹도끼나 고려청자 등을 떠올리는 이들에게 민속박물관의 이런 행보는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김시덕 학예연구관은 “민속박물관은 여느 박물관과 달리 사람의 숨결이 녹아있는 생활 사료를 수집, 연구, 전시하는 곳”이라고 설명하면서 “미리 계획한 것도 아닌데 연인원 2,400여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신명 넘치는 국민 대축제를 벌인 것은 문화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두고두고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수집 대상 자료에는 한일월드컵에 첫 등장한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구 ‘피버노바’와 각국 대표팀 유니폼, 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물, 월드컵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한 6월 한 달치 신문 등도 포함돼있다.

그러나 박물관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경기장과 거리 응원에 등장했던 각양각색의 응원용품 수집이다. 축제의 열기와 감동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집 1호는 한국전 때마다 관중석에 펼쳐져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초대형 태극기다.

박물관의 취지에 공감한 ‘붉은 악마’ 응원단은 2일 오후 광화문에서 열린 ‘월드컵 성공 국민 대축제’가 끝난 뒤 이 태극기를 기증했다.

박물관은 가로 60m 세로 40m에 무게 1.5톤에 달하는 이 태극기를 부분 세탁과 자연 건조를 거쳐 수장고에 보관하고, 붉은 악마가 요청할 경우 대여할 계획이다.

박물관은 앞서 터키와의 3, 4위전이 열린 지난달 29일에는 대구에 연구원들을 파견, 현장 수집 활동을 펼쳤다.

연구원들은 4만여 명이 모인 국채보상기념공원을 종일 헤맨 끝에 스테인리스 김치통에 태극 문양을 붙여 만든 북, ‘지성 오빠, 파이팅’ 등 격문을 적은 피켓, 태극기로 만든 원피스 등 50여 점을 모았다.

이용석 연구원은 “한 여대생은 붉은 티셔츠의 양 소매와 한쪽 어깨 부분을 잘라내고 레이스를 단 멋진 응원복을 건네주면서 ‘밤을 꼬박 새며 만들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모두들 뜻 깊은 일이라며 흔쾌히 기증했다”고 전했다.

붉은 악마 티셔츠와 대구 섬유업체들이 반짝 상품으로 내놓은 패션 양말, 소형 양산 형태의 햇빛가리개 등은 경기가 끝난 뒤 개당 1,000원 안팎에 떨이로 파는 것을 사모으기도 했다.

박물관은 또 취지에 공감하는 단체들과 함께 대대적인 기증 캠페인도 벌인다. 지난달 28일 인터넷 홈페이지(www.nfm.go.kr)에 안내문을 띄웠는데 벌써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김 연구관은 “수집된 자료로 내년 이맘 때나 2006년 독일월드컵에 맞춰 ‘2002 월드컵 회고전’을 열고 필요하다면 상설 전시도 할 계획”이라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우리 스스로도 놀란 2002년 6월의 현장이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도록 많은 국민이 자료 기증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문의(02)734-1354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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