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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 위된 온건파 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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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 위된 온건파 무슬림

입력
2002.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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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서워요. 당신처럼 생긴 사람들도 그렇고요.” 나이든 아주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 것이란 걸 어떻게 확언할 수 있지요?”그녀는 꿈에 무슬림(이슬람교도)과 나와 같이 아랍인처럼 생긴 사람들이 나타나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를 듣는 순간의 고통이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서방세계에 거주하는 온건한 무슬림 지식인들이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라고 누누이 설명해야 하는 보람 없는 싸움을 해 온 지도 20여 년이 지났다. 이 싸움은 지난해 9ㆍ11 테러 사태 이후 훨씬 강화됐을 뿐이다.

지난달 23일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대변인인 술레이만 아부 가이트가 느닷없이 카타르의 아랍어 케이블 방송 알 자지라에 튀어나왔다.

그는 의기양양해하며 전세계에 대고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 탈레반 최고 지도자(물라) 모하마드 오마르는 살아 있다고 떠들어댔다.

또 9ㆍ11 테러와 지난 4월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튀니지의 유대 교회당 폭탄테러는 자신들이 저지른 것이고 미국에 대한 전쟁은 시작단계이며 더 많은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솔직히 나는 아부 가이트가 미국 정부가 자기 말을 지지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의 메시지가 다른 누구보다도 온건파 무슬림들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무슬림 세계에서는 빈 라덴이 죽지 않았고 알 카에다도 깨지지 않았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아부 가이트와 알 카에다가 노린 것은 서방에 거주하는 온건파 무슬림들에게 그들의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으며 희망도 없다는 느낌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9ㆍ11 이후 미국의 온건파 무슬림들은 여러 전선에서 지난한 싸움에 나서고 있다. 우리는 문명충돌론의 주창자들은 물론 광신적인 이스라엘 지지자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문명충돌론자들은 이슬람을 공산주의 이후의 서방의 적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스라엘 지지자들은 이슬람 행동주의의 모든 표현양태를 이스라엘의 생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우리는 예언자 모하메트를 어린이에게 성욕을 느끼는 정신병자로까지 몰아가며 이슬람을 거리낌 없이 헐뜯는 광신적인 종교지도자들과 투쟁하는 한편으로, 이슬람에 대한 세계적인 음모가 있으며 9ㆍ11도 미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합작해 무슬림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한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동료 무슬림들과도 투쟁하고 있다.

우리는 온건파 무슬림들이 서방의 비위를 맞추고 이슬람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지 않는, 이슬람 전통의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많은 무슬림들에 대해서도 방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이슬람을 증오하는 사람이나 무슬림 광신도 양쪽으로부터 가해지는 신체적 안전에 대한 위협에 대처해야 하며 이 나라(미국)에서 조직적으로 시민적 자유를 저해하고 있는 행정부와도 맞서야 한다.

이처럼 뒤죽박죽인 와중에 아부 가이트가 끼어들어 “참되고 신실한” 무슬림은 테러가 전세계로 번져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이슬람의 이미지를 망쳐놓은 것이다.

친구들은 종종 내게 묻곤 한다.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이슬람이 주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고. 모르겠다. 어떻게 답해야 할지.

나 같은 무슬림들에게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이슬람은 유일하게 정당한 이슬람이며, 우리야말로 진정으로 이슬람 전통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부 가이트가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즐기는 동안 우리 무슬림들은 참으로 슬프고 참담할 뿐이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것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NYT 신디케이트=뉴시스

칼레드 아부 엘 파들 UCLA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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