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승용차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3사가 맞붙는다. 현재 준중형차 시장은 현대차의 아반떼XD가 60%, 기아차의 스펙트라가 30% 가량을 차지, 사실상 독과점 상태다.대우차의 누비라의 시장점유율은 10%안팎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서 준중형의 소비자 선택권은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ㆍ기아차의 아성에 르노삼성차가 SM3로, 대우차도 모델을 전면 수정한 누비라Ⅱ로 도전장을 냈다. SM3는 7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9월에, 누비라Ⅱ는 10월에 출시할 예정이지만 ‘가을대전’을 앞두고 3사의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준중형 승용차는 1,500~2,000cc미만급이지만 1,800cc부터 세금이 중과되기 때문에 1,500cc가 주종을 이룬다.
준중형은 연간 판매 110만대의 내수시장에서 중형차(25만대) 미니밴(23만대)과 SUV에 이어 4번째 규모이며, 세단형에선 중형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주요 마케팅 대상은 중형차의 품위와 소형차의 높은 연비 등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계층이다. 30대 초반, 또는 결혼 초년기 부부가 많고 20대와 30대 후반의 수요층도 두텁다.
최근 줄어든 경차 수요가 준중형으로 옮겨가면서 지난해 14만대가 판매됐고, 올해는 신차 발표 등에 힘입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대우차측은 “처음 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과거 경차 위주에서 최근에는 준중형급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대체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메이커간 경쟁이 신수요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소형차 시장의 경우 현대차의 클릭과 대우차의 칼로스가 5월 출시돼 경쟁에 불이 붙자 판매대수가 과거보다 2배 가까운 월 1만대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SM3는 일본 닛산의 블루버드 실피를 기본으로 램프,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을 일부 바꾼 모델. 르노삼성차는 경쟁사보다 먼저 준중형 신차를 내놓아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SM3로 준중형의 라인업을 갖추게 된 르노삼성차는 소비자 관심을 모으기 위해 7월부터 양산은 하되 예약판매만 하고 9월부터 본격 시판에 들어가는 색다른 마케팅을 편다. 르노삼성차는 가벼운 차체와 높은 연비를 강점으로 한 ‘리틀 SM5’를 모토로 시장 공략에 나서 궁극적으로 아반떼XD와 경쟁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차는 스포티한 스타일의 누비라Ⅱ로 SM3의 바람을 잠재우고 기아차 스펙트라까지 제친다는 전략이다. 1.5ℓ엔진의 세단형을 먼저 내놓고 시장상황을 봐가며 1.8ℓ 및 해치백을 투입할 예정.
현대ㆍ기아차는 이에대해 아반떼XD와 스펙트라의 2003년형 모델로 내년에 정면 승부를 벌이기로 했다. 현대차는 아반떼XD 판매가 계속해 호조인데다 SM3의 생산이 올해 1만5,000대에 불과, 시장점유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반떼XD와 차량하체를 같이 쓰게 될 기아차의 신형 스펙트라도 라디에이터, 범퍼, 펜더 등을 대폭 바꿔 2위 수성에 나선다.
이처럼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SM3의 경우 엔진· 동력장치의 품질보증기간을 5년, 10만㎞로 대폭 확대키로 하는 등 준중형 승용차의 서비스 질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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