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미 특사의 방북은 한국 정부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들어 추진해온 대미 외교의 요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부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일(金正日)에 대한 회의를 표시, 한국과 분명히 다른 대북 정책 기조를 드러냈다.
이 발언이 한미 갈등으로 비치자 양국은 지난해 6월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를 다루는 북미 대화가 필요하다는 부시 대통령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9ㆍ11 테러로 북미 대화는 미측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더욱이 올 1월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규정, 큰 파문을 던졌다.
미 특사 방북을 통해 북미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는 한미 양국의 입장은 올 2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이 계기였다.
이때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했고, 양국은 특사파견 방안을 실무선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는 4월초 임동원(林東源) 특사 방북을 통해 북측의 대화 의지를 확인했고, 미국은 4월 30일 대북 대화 재개 준비를 선언했다.
6월14일 뉴욕의 북미 채널을 가동한 미국은 6월19일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 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 대북 대화 의제를 한일 양국과 논의했다.
정부는 6월20일 임성준(任晟準)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을 워싱턴으로 급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뜻을 미측에 전했다.
최종 조율이 마무리되자 미국은 6월25일 주유엔 북한대표부로 전화를 걸어 7월10일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방북, 북한 핵, 미사일, 재래식 무기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그러나 북한측 1차 답변 시한이 지난 29일 서해교전 사태가 빚어졌고 북한은 미측 제의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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