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새벽 6시 연평도 당섬 부둣가. 서해교전으로 발이 묶여 있던 꽃게잡이 어선들이 교전 닷새 만에 동력 소리를 다시 내기 시작했다. 전날 오후 조업이 허가됐지만 갑자기 밀려온 해무(海霧)로 출어를 포기했던 어민들은 조업 재개에 다행스러워 하면서도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꽃게 금어기(禁漁期ㆍ7~8월)가 이미 시작된 데다 5~6일 전부터 어망에 걸려 폐사한 꽃게를 끌어올리는 게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평소 풍어를 기원하며 서로에게 건넸던 덕담도 없었고, 출어 때마다 옹진수협 연평출장소 확성기를 통해 흘러 나왔던 요란한 풍어가도 자취를 감췄다.
해일호 선장 이진구(45)씨는 “기름값 20만원을 쓰면서 상품 가치가 없는 꽃게를 잡으려 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낙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부 어선은 아예 출어자체를 포기했으며, 꽃게 대신 병어잡이에 나서기도 했다.
방파제 작업장에서 꽃게 따기에 나선 마을 주민들도 신이 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연하호 선장의 아내 윤미숙(38)씨는 “남편이 피땀 흘려 거둬 올린 어망 5개에 걸려든 꽃게가 예년의 30% 수준인 675㎏ 밖에 안 된다.
그마저도 금어기라 판매가 금지돼 냉동 시켰다가 9월에 팔아야 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가슴을 내리쳤다.
주민 장해연(73ㆍ여)씨는 “죽은 꽃게가 이렇게 많은 것은 평생 처음 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촌계 박건섭(59) 간사는 “이율이 30%가 가까운 사채 빚 3억 이상을 진 선주들이 많고 다들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라고 해 마을 전체가 뒤숭숭하다”며 “정부가 하루 빨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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