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케네스 로고프를 만났을 때.’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 자문을 지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세계은행(IBRD) 수석연구원 시절부터 그는 대표적인 반(反) 국제통화기금(IMF)주의자로 유명하다.
그는 아시아의 금융위기는 물론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때도 IMF가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논지로 틈날 때마다 IMF에 돌을 던졌다.
프린스턴에 이어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IMF에 합류한 케네스 로고프 IMF 수석 연구원. 국제적인 체스 대가의 명성도 얻고 있는 그는 대표적인 반 스티글리츠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부드럽고 겸손한 성격의 로고프지만 IMF의 핵심 브레인으로 스티글리츠에 관한 한 뿌리깊은 적개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2일 보도했다.
극과 극을 달려왔던 두 석학의 ‘공중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의 세계은행에서 열린 스티글리츠 교수의 출판기념회에 로고프 수석연구원도 초대장을 받았다.
문제는 스티글리츠 교수가 발간한 ‘세계화에 대한 불만(Globalization and It’s Discontents)’이라는 저서의 내용이었다.
“반세계화론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IMF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개도국 등에 대해 정책을 강요하고 있는 점”이라는 스티글리츠 교수의 주장에 대해 로고프 수석연구원이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는 스티글리츠 교수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아 참석자들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했다. 그는 “당신의 책은 빈정대는 말투에는 능하지만 구체적인 설명에는 모자람이 있다”면서 “좋게 말하면 고도의 논쟁거리일지 몰라도 나쁘게 보면 허풍에 불과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처럼 ‘뷰티풀 마인드’는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책입안자로서 별로 감명을 주지는 못했다”면서 “당신의 행동이 가난하지만 성실한 아시아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단한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스티글리츠와 로고프의 대결은 다분히 IBRD와 IMF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책에서 IMF를 “이상주의와 잘못된 경제학의 이상한 조합”에 의한 보수주의자들로 묘사했다.
이에 대해 로고프 수석연구원은 “당신의 연설과 책은 우수한 전문가로서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IMF 사람들의 노고를 모욕하고 있다”고 통박했다.
봉변을 당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1일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로고프 수석연구원이 90% 정도는 개인적 비난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고 의아해 했다. 그는 “로고프의 행동은 IBRD가 보는 앞에서 IMF가 얼마나 중요하지 않은 논쟁에 끼어들려는지를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IMF는 빈국에 주로 단기 차관을 빌려주는 데 반해 IBRD는 빈곤 퇴치를 위해 주로 장기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경제해법을 놓고 비공식적으로 마찰을 빚을 때가 적지 않다.
성이 안 풀린 로고프 수석연구원은 2일 IMF 인터넷사이트에 띄운 공개 서한을 통해 스티글리츠 교수의 경제관은 물론 IBRD 재직 당시 ‘IMF 저격수’로 활동하던 경력까지 들추어내면서 비판했다.
그는 “IMF 사람들에 대한 중상모략은 참을 수 없다”면서 이를 고칠 때까지 새로운 책의 발간을 중지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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