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팔리는 각종 약품의 원가(原價)는 얼마쯤 될까. 보건당국은 원가에 비해 최고 두 배 가까운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약값은 ‘뻥튀기’라고 느끼는 일반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가격 거품을 없애기 위해 1만6,000여개 약값을 대폭 내리는 고강도 정책(최저실거래가 제도)을 추진하고 나섰으나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달말 실시 예정인 이 정책이 끝내 물거품이 될 경우 소비자와 건강보험재정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 최소 15% 약값 인하 기대
최저실거래가제도는 제약회사나 도매상이 병원, 약국 등에 제공하는 약품 가격의 최저가를 실거래가로 인정, 이를 토대로 건강보험에서 지불하는 보험약가를 조정을 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1만6,000종이 넘는 의약품의 상당수 가격이 평균 15% 이상 내리게 된다. 건보재정 지출은 그만큼 줄고 소비자 부담도 낮아지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품 시장조사결과 물건을 덤으로 더 주거나 가격 할인, 수금할인 등 갖가지 방법으로 제약회사나 도매상들이 병의원, 약국에 가격을 깎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반면 병의원은 보험약가의 상한금액으로 급여를 신청,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고 소비자의 부담도 그만큼 커져 이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 규제위 ‘상거래도의상 불가’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 등이 상거래 자유원칙에 어긋나고 저품질을 양산하는 가격정책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서 앞길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규제위 위원들은 지난달 28일 전체회의에서 최저구입가의 가격 대표성문제, 가격담합 가능성, 통상마찰소지 등의 문제점과 실효성 의문을 들어 보완을 요구하며 관련 법안 통과를 보류시켰다. 일부 위원들은 “상거래 기본원칙상 있을 수 없는 가격정책”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도 강경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약회사,도매상과 병의원,약국의 이면계약으로 의약품시장 기능이 죽어 있는 상황에서 상도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규제위 위원들이 의약품 시장의 특수성을 모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태복(李泰馥) 장관도 “이 제도가 통과되지 않을 경우 약가인하정책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강경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일부 골격 손질 불가피
당초 규개위의 행정사회 분과위에서 1년 한시운용으로 올린 법안이 본회의에서 2주뒤 재심의로 보류됨에 따라 사실상 골격이 고쳐지지 않는 한 통과가 불투명할 전망이어서 약가인하정책이 표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제약협회측은 복지부의 정책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우는 등 약가정책에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