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 보려고 했는데…, 계좌번호만 적어두라고 하더군요.”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월남전 참전 용사가 연금 등 평생 푼푼이 모은 돈을 대학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났다.
동국대는 3일 이영춘(李永春ㆍ60ㆍ성남시 상대원2동)씨가 4월 22일 이 학교에 ‘병원 건립에 보태라’며 2,000만원을 기부한 뒤 5월 30일 세상을 등졌다고 밝혔다.
당시 고인을 찾아갔던 동국대 관계자는 “신원을 밝히려고 하지 않아 실명(實名)이어야 기부가 가능하다고 말해 겨우 이름을 알아냈다”고 전했다.
이씨는 1967년 월남전에 해병대 하사관으로 2년간 참전, 2000년 고엽제 후유증 판정을 받고 보훈병원에 입원해 투병생활을 해오다 최근 병세가 악화해 사망했다.
이씨는 30여년간 국가유공자 연금을 받으며 군납일을 해 왔지만 1남1녀의 자녀와 부인 등 네 식구가 생활하기에는 넉넉치 못한 살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부인 이미경(57) 씨는 “평생을 먼 길도 걸어 다니고,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사지 않았다”며 “마지막으로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불교에 귀의한 이씨는 불교방송을 통해 동국대가 병원을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조그만 성의나마 보태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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