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추진해온 미 특사의 북한 파견이 일단 무산됨에 따라 양국은 다시금 대북정책 조율작업을 진행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더욱이 파견철회 과정에서 한미 양국은 서해교전 성격과 특사 파견등에 관해 적지않은 시각 차이를 노출했다.
이는 북한문제를 다루는 양국의 이해관계에 부조(不調)가 발생했음을 말해 주는 것으로 양국의 대북 공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특히 양측간 불협화음을 가라앉히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자들은 특사 파견철회 배경으로 북한의 대화의지에 대한 미측의 회의적인 시각을 꼽고 있다.
한 당국자는 “미측 결정에는 서해교전을 미측이 사주했다는 내용의 북한 외무성 발표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 10일 특사가 방북해도 좋으냐는 제의에 대한 북측 답변을 기다린 후 결정하겠다던 미국이 하룻 만에 태도를 바꾼 데에는 서해교전을 일으키고도 그 책임을 미측에 뒤집어씌운 북한의 ‘이중 플레이’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지난달 25일 주 유엔 북한대표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답변시한을 통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답변을 줄 수 없는 사정 조차 미측에 알리지 않아 미측의 의구심을 더욱 부채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미 행정부 분위기는 향후 한미양국의 대북정책 조율도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서해교전 직후 햇볕정책 지속이라는 큰 틀의 정책 방향이 설정된 1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교전이후에도 대북대화 필요성에 대한 미측의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상황인식이 크게 달랐다는 반증이어서 우리측의 외교적 판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측이 하루 만에 특사파견 ‘재검토’에서 ‘철회’로 입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한미간 긴밀한 의견조율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다. 당국자들은 “사전에 미측 방침을 통보받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깊은 조율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없는 표정이다.
양국간 대북 불협화는 조지 W 부시 정권 출범 이후 노골화했다가 2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공조를 재정비했으나 다시 간극이 벌어진 형국이다.
더욱 큰 문제는 당분간 특사 파견문제에 관한 접점을 찾기가 용이하지 않다는데 있다. 미측이 북미대화와 사실상 연계하고 있는 서해교전문제를 해소할 남북, 북미채널이 전혀 가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해교전문제가 원점을 맴돌 경우 빨라야 올 가을 이후에나 특사 파견문제가 재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