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의 기습적인 함포사격에 격침되었다.정부는 이제 햇볕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김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빗나간 햇볕정책의 접근방법을 재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까닭은 다음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정부는 대북유화책을 버리고 사안별로 단호하고 결연한 대응책을 펼쳐야 한다. 북한은 우리가 퍼주고 끌려다니며 비위를 맞춰 줄수록 기고만장해져 더욱 남한을 깔보고 불량배처럼 도발을 자행하는 습성을 실증했다.
우리는 지난 4년 반 동안 외환위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금강산 관광비를 비롯, 11억달러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그에 대한 고마움 표시 대신 우리 함정을 기습공격해 침몰시켰고, 젊은이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고마움을 모르는 김정일 집단에게는 단호한 결의를 보여줄 수 밖에 없다. 북한이 이번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는 한 남한은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모든 경제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둘째, 정부의 허약하고 안이한 안보태세는 북한에 의해 무자비하게 격침되었으므로 이제는 당당히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잦은 해상 도발에 대해 국민이 강경대응을 요구할 때마다 정부는 “그렇다면 북한과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는 논리로 맞섰다.
그러나 그러한 유화적 대응은 북한에 더욱 많은 것을 퍼주면서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는 악순환을 빚었다. 그 결과 남한을 얕보게 되었고, 월드컵 대회 기간에 해상 공격을 자행했다.
1999년 서해 도발에 이은 지난달 30일의 선제 공격은 ‘국가안보는 경제적 뇌물이나 무릎 꿇는 구걸로 보장될 수 없고, 오직 힘 밖에 없다’는 교훈을 새삼 각인시켜 주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몇 배의 보복을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자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전쟁이 두렵다는 핑계로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게 될 때 제2, 제3의 도발은 물론 제2의 한국전쟁도 자초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정부의 대북인식은 문제가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김 대통령은 북한이 월드컵대회 기간 중 호의적 태도로 나온다면서 그것은 햇볕정책의 결과라고 말해 왔다. 또 김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이 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보여준 남북대화 중단이나 이번 서해 사건은 김 대통령의 대북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잘못된 인식에 기초한 햇볕정책이 재검토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는 “냉정해야 한다”거나 “북한은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고 말하면서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정부가 계속 햇볕정책이란 이름으로 슬며시 유화책으로 되돌아 간다면 제3의 서해사건이나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햇볕정책에는 정부의 결연한 대응이 전제되야 함을 강조한다.
정용석 단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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