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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새시집 '花開' "절규 대신 꽃피는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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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새시집 '花開' "절규 대신 꽃피는 소리를 듣는다"

입력
2002.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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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61ㆍ사진)씨가 시집 ‘花開(화개)’(실천문학사 발행)를 펴냈다. ‘중심의 괴로움’ 이후 8년 만이다. 그는 새 시집을 두고 “값 없이 얻은 기분”이라고 했다.짐 꾸러미를 정리하다 쏟아져 나온 미발표 시고(詩稿) 100여 편을 묶은 것을 가리키는 얘기다. 김씨는 몇 년 전 시를 썼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다고 세상에 값 없이 얻어지는 시가 있을까. 그는 이제 비명과 절규 대신 꽃 피는 소리, 별 뜨는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생각과 느낌, 일상을 진솔하게 시로 적는다. 세상을 향해 소리질렀던 김씨가 자기 자신을 향해 자분자분 말하기 시작한다.

‘꿈꾸지 않겠다/ 꿈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일/ 그만두겠다// 지긋지긋해도/ 하루하루 삶을/ 무심히 살겠다’(‘삶1’).

하루하루 살다 보니 아들이 싫어하는 초승달도, 감기 걸린 둘째의 기침 소리도, 고층 아파트 사이사이를 산책 가는 길도 시가 된다.

‘내가 누군지 모를 때, 혹은 날 잃어버린 것 같은 때’에도 시인은 그 황망한 심정마저 충실하게 적는다. ‘기억 따라/ 옛 술집들, 옛 병원들/ 옛, 옛 감옥들 밟아가/ 날 찾으러 가/ 갈거나’(‘간혹’).

소박하지만 정직한 시작(詩作)은 그에게 커다란 우주를 열어준다.

‘어둠 속에서 부스스 일어나/ 창을 열고/ 우주로 떠난다/ 풀꽃에게로 떠난다.’(‘한 뼘’).

별이 뜬 어느날 밤 꽃봉오리가 열리는 것을 본다. 시인의 몸은 그 순간 피어나는 꽃과 하나가 된다.

‘내 몸 안에 캄캄한 허공/ 새파란 별 뜨듯/ 붉은 꽃봉오리 살풋 열리듯// 아아 花開!’(‘花開ㆍ화개’).

글 김지영기자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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