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에서 국민이 보여준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열기를 프로축구에서도 되살릴 수 있을 지는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월드컵 4강은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한국축구가 모래 위에 성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프로축구라는 반석 위에서만 바로 설 수 있다. 월드컵 이후 프로축구가 가야할 길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CU@K리그.’ 지난 달 29일 한국의 마지막 경기였던 3~4위전에서 카드섹션을 통해 붉은 악마가 팬들에게 외쳤던 구호이다. 과연 이것이 성사될지는 7일 프로축구 정규리그가 개막한 이후 입증될 것이다.
국민의 축구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은 이번 월드컵이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 축구와 담을 쌓았던 젊은 여성,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대표팀을 응원 나온 모녀, 백발의 노년 팬들에 이르기까지 축구의 잠재적 고객이 크게 늘어났다.
월드컵 인프라의 적극적인 재활용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2002 정규리그에서는 울산 수원 포항 대전 전북(전주) 전남(광양) 등 6개 구단이 축구 전용경기장을 홈 구장으로 활용한다.
프로연맹은 월드컵 기간에 분출된 ‘붉은 에너지’를 축구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월드컵 기간에 연일 대책회의를 가졌다.
각 구단 사무국장들의 협의체인 실무위원회가 제시한 프로축구 중흥의 큰 줄기는 바로 월드컵 때 고양된 애국심을 애향심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연호했던 축구 팬들이 “수~원삼성” “울~산현대” 등을 외칠 수 있도록 축구를 지역 축제로 발전시키자는 내용이다. 10개 구단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붉은 옷 입기 운동과 같은 홈팀 유니폼 입기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월드컵 분위기에 들 뜰 법도 한 프로축구연맹 김원동 사무국장은 그러나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국장은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그 어느 때보다 흥행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걱정이 서는 것은 월드컵 열기가 거품일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월드컵의 또 다른 ‘유산’인 선수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프로축구의 흥행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국내에 스타 기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 삼성 김호 감독도 “국민들이 세계적인 스타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눈높이가 올라간 데다 스타로 발돋움한 국내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프로축구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퇴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98년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대표팀의 부진에도 불구, 이동국이라는 깜짝 스타의 등장과 안정환 고종수 등 새로운 스타의 탄생 덕분이었다. 스타 없는 프로축구는 살 길이 막막하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현장에서는 희망의 소리가 샘솟는다. 프로연맹의 한상우씨는 “길거리 응원을 나왔던 700만 명 중 2%만 경기장을 찾아준다면 프로축구는 전성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소대현 울산 현대 홍보/마케팅 팀장은 “월드컵 열기가 적어도 올해는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며 개막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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