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한일월드컵 기간 내내 힘을 실어준 국민의 성원 덕분입니다.”2일 한일월드컵 골든볼(최우수선수) 투표서 3위를 기록, 브론즈상을 수상한 홍명보(33ㆍ포항)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생애 마지막 월드컵서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룬 그에게 브론즈상 수상은 예상치 못한 쾌거였다.
한일월드컵 개막 전 홍명보의 얼굴엔 웃음이 없었다. 마지막 월드컵에 대한 부담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는 “내가 언제 웃는 것 봤느냐”며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10년 넘도록 한국축구의 정신적 지주로 군림했고 4번째 월드컵에 출전하는 베테랑이지만 월드컵서 아무런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정신적으로 부담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한일월드컵은 그에게 환한 미소를 되찾아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2월 말 대표에 복귀한 그는 “월드컵 첫 승에 대한 바람이 간절했다”고 말할 정도로 꿈이 소박했다. 그래서인지 “폴란드 전 승리가 한일월드컵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스페인과의 8강전서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켜 4강진출을 확정지었던 그는 유상철(31ㆍ가시와)과 함께 월드컵 올스타에 선정되었고 최우수선수 후보에 오르는 겹경사를 맞았다.
한일월드컵은 그에게 고통과 기쁨을 함께 맛보게 했다. 지난해 피로골절로 8개월 동안 대표에서 제외됐던 그는 “12년의 대표생활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해 서운했다”며 한일월드컵의 각오를 새롭게 다지기도 했다.
결국 한국수비진을 완벽하게 조율함으로써 그는 월드스타로 우뚝 섰다. 월드컵 본선 4회 연속출전 및 본선 최다경기(16경기) 출전, A매치 최다출전, 아시아 최고의 리베로 등 매년 한국축구의 역사를 다시 써 온 홍명보는 이제 세계적인 수비수로 월드컵의 역사에 남게 된 것이다.
홍명보는 “이제 마음 편히 대표 생활을 마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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