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연구붐이 불고 있다. 갑자기 한국인들이 자신에게 무한존경을 보내는 것을 보고 히딩크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자신의 얘기가 대학교 기말고사에 출제가 되었고 금년 대학입시 논술 주제로도 오르내리고 있다. 당연히 투자자 입장에서도 그는 연구대상이다.그는 선진국형 투자의 모범을 보여준다. 준비된(disciplined) 투자자로서 '이겨 놓고 싸우는 방식'이다. 히딩크가 한국팀을 맡는 순간에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원칙과 전략이 있었고 우리에게는 그 원칙에 따르고 전략을 실행에 옮길 선수들이 있었다. 승부는 그 때 이미 결정이 난 것이고 4강 신화의 탄생은 한국팀을 맡는 순간부터 예고된 셈이다.
알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강한 것이지, 무조건 열심히 하면서 배우자는 시행착오 방식이었다면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네 투자 방식은 이런 의미에서 너무 상황 의존형이며 무원칙하다. 감각에 의존하여 매 순간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거나 "이번에 한 번 내 돈만 대박이 터지게 해 주소서"라는 주문을 외면서 "똘똘한 선수 한 두 명에" 판돈을 몰빵하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 투자의 모습이다.
나이 든 사람이나, 많이 배운 사람이나, 아름다운 숙녀나 모두 증시에만 들어오면 가장 경박한 방식의 우월성을 믿는다. 자기 잘난 맛에 하는 게 투자라고는 해도 보기 민망할 정도이다. 이 때는 이런 병이 낫고 저 때는 저런 병이 낫는다는 상황 논리로 만든 감각적 만병통치약을 먹고 효과를 본 사람은 보기 드물다.
5대0으로 졌다고 조롱하고, 수비 위주가 아니라고 비판하고, 체력 훈련만 시킨다고 걱정하고, 애인을 데려왔다고 욕을 하면서 상황 상황마다의 논리로 히딩크를 공격했지만 그는 결국 버텨내며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시종일관 히딩크의 당당하고 확신에 찬 표정은 이번 월드컵이 '자신의 원칙과 전략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냉정한 과정'이었임을 느끼게 한다. 공만 찬다고 축구가 아니듯이 돈만 건다고 투자는 아니다. 이제 우리도 원칙과 전략 없는 투자를 부끄러워할 정도만 된다면 히딩크도 기뻐하리라 믿는다. 그것이 리서치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김정래 제일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