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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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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

입력
200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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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가 비싸서 경영하기 힘들다는 일부 CEO들의 주장은 부족한 경영수완을 감추려는 변명입니다. 근로자의 손에만 의존하는 경영은 후진국에서나 통하죠.몸과 두뇌를 함께 이용하는 직원들 덕에 유한킴벌리는 1998년 재해율 0.54%에서 지난해에는 100% 무사고 사업장으로 변모했고 순이익은 7년 동안 7배 증가했습니다.”

유한킴벌리 지킴이를 자처하는 문국현(文國現ㆍ53) 사장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라기보다 사회운동가라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그는 다른 대기업의 CEO라면 손을 내저으며 마다할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시민연대, 아름다운재단 등 굵직한 환경관련 시민단체 9곳의 이사다. 모두 자진해서 맡았다.

문 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주일에 2~3차례씩 대학, 기업, 관공서에서 환경운동 강연을 하기위해 지방출장에 나선다. 각종 강연료와 원고료 전액에 자신의 월급 일부를 보태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유한의 풍토와 내 삶의 방식이 똑같아요. 그리고 저는 남보다 많이 버니까 나누며 살아야지요.”

유한킴벌리와의 인연도 남다르다. 그는 대학 4학년때 부친이 운영하던 대형 운수회사의 요직과 삼성그룹 공채 합격증을 버리고 유한킴벌리를 선택했다. “창업주(고 유일한ㆍ柳一韓)가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회사라면 내 인생을 맡길 만하다”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회사도 문 사장이 돌연 안식년을 갖겠다며 1년 휴직계를 제출하는 등의 갖가지 튀는 행동을 해도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로 인정해줄 정도로 깨어있었다.

문 사장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1시간 이상을 고스란히 환경문제에 할애했다. 미리 준비한 ‘녹색경영과 경쟁력 개선효과’란 제목의 A4용지 120여페이지짜리 자료를 통해 몽골과 중국의 사막화, 우리나라 학교의 식목사업에 대해 수십장의 사진을 곁들여 ‘강의’했다. 정부가 보유한 산불진화용 헬기 숫자를 정확히 기억해내는 대목에서는 CEO인지, 환경운동가인지 헷갈리게 만들기도 했다.

“유한킴벌리가 나무를 소비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나무심기 운동을 펼친다는 항간의 소문은 사실과 다릅니다.

미국의 고지(폐신문, 폐지 등 재활용 종이)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나무와 직결되는 사업이라고 말하기 어렵죠. 유한킴벌리의 중국 사막화 방지사업과 식목사업은 동북아시아의 피폐된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순수한 민간운동입니다.”

환경운동만큼이나 회사경영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 문 사장이 9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유한킴벌리는 위생ㆍ가정ㆍ유아ㆍ여성ㆍ병원 등 8개 사업분야 모두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환경경영 1위, 직장인들이 꼽은 10대 좋은 회사, 기업이미지 파워 10개 기업으로 선정됐다.

“기업의 비용은 인력부문에 20%, 생산공정부문에 80% 정도 분배됩니다. 유한킴벌리는 인력부문의 투자를 극대화하고 생산공정 중 불요불급한 과정을 과감히 없애 회사의 체질을 날렵하게 만들었습니다.”

유한킴벌리의 생산직 근로자는 4개조로 나뉘어 순환근무하고 영업직은 현장ㆍ재택근무, 지원직종의 종사자는 자율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대신 연간 180~300시간씩 각종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문 사장은 이밖에도 평사원에서 대표이사 사이의 의사소통 과정을 8~9단계에서 2~3단계로 줄였으며 생산공정을 25% 이상 축소시켰다.

“소비자들이 세계적인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의 사명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유한킴벌리의 국내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이제는 유한킴벌리의 제품을 해외 식목사업에 담아 전세계에 퍼뜨리는 데 힘써야지요.”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유한킴벌리는

1970년에 설립된 유한킴벌리는 화장실용 화장지, 미용 화장지, 종이 기저귀, 여성 생리대, 의료용 부직포 등을 생산하는 생활용품 전문기업이다.

화장실용 화장지 ‘뽀삐 플러스’ ‘비바’, 미용 화장지 ‘크리넥스’, 여성생리대 ‘화이트’ ‘좋은 느낌’, 종이기저귀 ‘하기스 골드’ 등 유한킴벌리의 제품들은 각 분야의 매출 및 수익 1위를 놓치지 않는 장수 히트상품.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인 95년부터 시작한 경영혁신 작업이 일궈낸 성과이다.

그동안 기업의 내실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98년 0.54%였던 작업장 재해율이 2000년에는 0.39%, 2001년에는 0%로 급락했다. 매출액은 95년 2,650억원에서 지난해 6,733억원으로 성장했으며 순이익은 95년 106억원에서 2001년 653억원으로 급증했다.

84년부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 ‘동북아 산림포럼’ 등 환경보호 활동을 펼쳐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공익기업의 모델케이스가 되기도 했다. 18년 동안 심은 나무 숫자만 해도 2,000만 그루에 달한다.

■문국현 사장은

▲1949년 서울 출생 ▲67년 중동고 졸업,72년 외국어대 영어학과 졸업 ▲74년 유한킴벌리 기획조정실 입사 ▲77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95년~유한킴벌리 대표이사 ▲95년~환경정의시민연대 이사 ▲98년~한국환경경제학회 부회장 ▲99년~동북아 산림포럼 공동운영위원장 ▲2000년~내셔널 트러스트 국민운동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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