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오케스트라를 지휘해봤지만, 뉴욕필과 보낸 지난 11년이 가장 즐거웠습니다. 단원들과 아주 친밀했고 커다란 긍지를 공유했죠. 떠나는 건 슬프지만, ‘행복한 이별’이기도 합니다. ‘저 사람 언제 가 버리냐’는 말이 나오기 전에, 서로 사랑할 때 떠나는 것이니까요.”뉴욕필 내한공연(1, 2일 세종문화회관)의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75)는 11년간 맡아온 뉴욕필 음악감독을 마감하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한 달째 이별 여행 중인 마주어와 뉴욕필은 독일 일본 대만을 거쳐 서울에서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후임 로린 마젤은 9월 부임한다.
서울 공연 첫날인 1일 오전 숙소인 메리어트호텔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마주어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런던필 내한공연 때 쓰러져 앰뷸런스 신세를 졌던 그는 “그 뒤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아주 좋아졌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구 동독 출신으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거쳐 91년 뉴욕필로 온 그는 9월부터 프랑스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부터 런던필 수석지휘자도 맡고 있어 뉴욕 파리 런던의 최고 오케스트라를 모두 장악한 셈이다.
통일 독일 이전 민주화운동에 앞장섰고 박애주의자로도 널리 알려진 마주어는 “음악은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힘을 지녔다”면서 “남북한도 음악을 통해 계속 접촉하다 보면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