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7월2일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스위스 몽트뢰에서 작고했다. 향년 78세.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나보코프는 러시아혁명이 터지자 가족과 함께 서유럽으로 망명했다.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프랑스 문학과 러시아 문학을 공부한 뒤 베를린과 파리를 오가며 러시아어와 독일어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945년에 귀화했고, 스탠퍼드ㆍ코넬ㆍ하버드 대학에서 경력을 쌓다가 장편소설 ‘롤리타’(1955)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교직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전념했다. 그는 1960년대 이후 스위스에서 살았다.
소설만이 아니라 시, 에세이, 번역 분야에서 활발한 글쓰기를 실천한 나보코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활동한 미국 작가 중 문학연구자들의 조명을 듬뿍 받고 있는 서너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롤리타’는 처음에 파리에서 출판됐으나 외설 논란 속에 판금 처분됐고, 미국에서 다시 출판돼 작가를 부자로 만들었다.
젊은 시절 연인을 잃은 뒤 소녀 성애에 집착하게 된 주인공 험버트가 후처의 열두살짜리 딸 롤리타에게 쏟는 위태로운 열정은 소설 속에서 마치 손에 잡히지 않는 나비를 찾아 헤매듯 몽환적이고 안타까운 사랑으로 그려진다.
기실 나보코프는 나비 수집가이기도 했다. 이 소설 이후 어린 소녀에 대한 중년 남성의 성적 집착을 가리키는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말이 생겼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험버트의 목소리로 묘사된 롤리타는 ‘롤리타 콤플렉스’의 감촉을 독자들에게 살짝 내비친다. “롤리타, 내 삶의 빛이자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입천장에서 세 차례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 여행을 하는 혀끝. 롤-리-타.”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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