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맘 놓고 바다에 나갈 수 있을런지…”서해 교전으로 3일째 조업이 금지된 서해 5도는 1일 활기를 잃은 채 깊은 시름에 잠겼고 주민들은 일손을 놓은 채 탄식과 한숨으로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혹시’하고 새벽부터 포구로 나왔던 어민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애꿎은 담배만 피워댔다. 선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소주잔을 기울이며 타들어가는 속을 달래기도 했다.
이날도 연평도 60여척, 대청도 80여척, 백령도 50여척 등 190여척의 어선이 줄지어 선 채 닻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북측 어선 30여척이 꽃게잡이에 나서는 모습이 관측돼 어민들의 속을 더 타게 했다.
공교롭게 이날은 산란기에 맞춰 2개월동안 꽃게 잡이가 전면 금지되는 금어기(禁漁期)의 첫날. 평소에도 조업은 할 수 없었겠지만, 조업이 중단되면서 고가의 어망을 걷어올리지 못하게 돼 어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선주 김응석(28)씨는 “지금 개당 2,000만원씩 하는 꽃게어망 25개가 바다에 잠겨있다“며 “조업을 하루 빨리 며칠이라도 허가하지 않으면 어망이 모두 못쓰게돼 가을에 전부 새 것으로 구입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그물에 걸린 꽃게가 2~3일 지나면서 썪어가는 것을 뻔히 아는 어민들은 금어기 지만 열흘 정도라도 조업을 허용해주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연평도 토박이 윤종균(50)씨는 “왜 하필 최근 10년 동안 가장 꽃게 조업이 나빴던 시기에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 지 모르겠다“며 “내일이라도 조업 재개가 안되면 어망이 망가져 생계를 잇지 못하게 될 판”이라고 말했다. 선주들도 “선원들의 임금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주민 80%가 관광업에 종사하는 백령도도 사정은 마찬가지. 피서철이 코 앞에 다가 왔지만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령도 숙박업주들은 “99년에는 6월 중순에 연평해전이 있었는데도 예약손님들이 줄줄이 취소했다”며 “올해는 최악이 될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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