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스포츠 축제이지만 문화 축제의 성격도 갖고 있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월드컵을 통해 우리 고유의 전통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다.그래서 한복사랑협의회는 월드컵 기간에 한국전통복식축제를 열어 한복의 아름다움과 세련됨을 세계에 알렸다.
행사 장소인 덕수궁은 이번 축제의 성격과 잘 맞아 떨어져 드라마틱한 볼거리를 연출했다. 덕수궁 중화전의 수려한 기와지붕과 한복의 아름다움이 함께 어우러져 외국 관광객들로부터 찬탄을 자아냈다.
그런데 덕수궁은 1999년부터 패션쇼 개최가 금지된 곳이다. 당국은 고궁에서 신체를 노출시키는 행사가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단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패션쇼가 신체를 노출시키는 것은 아니다.
한복 패션쇼는 오히려 고궁과 ‘궁합’이 맞는 곳이다. 이번에도 월드컵이 아니었다면 덕수궁을 행사 장소로 허가받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문화산업’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은 요즘 한복 패션쇼는 장려돼야 한다. 그러나 한복 패션쇼를 개최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행사장소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패션쇼 장소로 자주 쓰이는 호텔 연회장은 경비가 많이 들고 일반인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기가 어렵다.
서울의 대표적 고궁인 덕수궁과 경복궁을 한복 패션쇼 장소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이런 고민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덕수궁이나 경복궁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한복의 전통미와 어울린다는 점에서 한복 패션쇼 장소로는 그야말로 ‘최적지’다.
당국은 문화재를 보호해야 하는 고충이 있겠지만 우리의 전통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패션 산업의 발전과 민족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덕수궁과 경복궁을 한복 패션쇼 행사장소로 개방했으면 한다.
/정흥숙 한국복식학회장·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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