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서해교전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은 ‘한반도 평화가 최우선 순위’라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북한 도발에 대해 국민 감정이 격앙돼있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북정책의 재검토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포용정책의 유지 결정은 여론의 부담을 감수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포용정책의 포기와 이에 따른 대립적 국면의 조성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결국 우리에게 해로운 부메랑이 되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포용정책을 포기하는 순간 남북관계는 과거의 긴장국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전쟁의 불안 심리가 퍼지고 그것은 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가 전쟁을 택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북한 수뇌부가 판을 깨자는 의도로 도발을 지시했다면 모르지만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대북 대응기조가 포용정책 유지로 결론이 내려지면서, 정부는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에도 협력을 요청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겠다고 밝혀 보조를 함께 했다.
정부는 미국에 대해서도 “대북특사 파견을 예정대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아직까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특사파견 등과 관련, 최종적인 선택이 주목된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김 대통령이 포용정책 유지를 공언했는데도 북한이 계속 도발적 태도를 취한다면 유연한 사태 해결은 어려워진다. 아울러 북한이 북미대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외교적 전술적 행태에만 몰두한다면, 이 역시 사태를 꼬이게 할 수 있다.
부시 미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보고있기 때문에 북측이 서해 도발에 이어 한미 양국의 신경을 자극하는 언행을 하게 되면 미 정부의 한반도 해법이 강경한 방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김 대통령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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