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36)은 하는 일이 많다. 작곡, 편곡, 프로듀싱, 피아노 연주, 제작에 방송 출연까지.1991년 피아노 세션맨으로 데뷔해 저작권료로 1년에 2억원을 벌 정도로 무수한 히트곡과 히트 음반을 만들었고 그의 회사에는 김조한, 죠앤 등의 가수가 소속되어 있다.
잦은 방송 출연으로 프로듀서로서는 주영훈과 함께 얼굴도 가장 많이 알려진 편이다. 그의 말대로 “노래만 빼고 음악에 관계되는 일은 모두 하는 셈”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지난 달 발매한 신보를 포함, ‘에이스’라는 연작 프로젝트 음반을 석 장 냈으며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몇 편의 뮤지컬 음악도 만들었다.
그에게는 최근 하고 싶은 일 하나와 해야 할 일 하나가 더 생겼다. 하고 싶은 일은 공연. 20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후배 가수 4명과 함께 ‘김형석 위드 프렌드’라는 옴니버스 콘서트를 갖는다. “월드컵이 끝나면 허전할 텐데 뭘 할까 하다 공연이 떠올랐다.”
가요계에서 모르는 이 없는 그가 고른 ‘친구들’은 박진영 성시경 임창정 김조한. 그들의 초년 시절부터 함께 작업해 성공을 지켜보며 정을 나눈 후배들이다. 그가 집에서 데리고 살기까지 하는 죠앤은 이번 공연에서는 특별 게스트로 나온다.
가수들은 각자 혹은 듀엣으로 노래하고 김형석은 피아노 연주와 관객과의 대화만 한다. 잘되면 매년 멤버를 바꿔 정례화할 생각도 있다.
공연을 생각하면 재미있지만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김형석은 이 달 중으로 문화개혁시민연대와 함께 가수 및 팬 1만~2만명이 참여하는 MP3 불법 다운로드 반대 시위를 계획 중이다. “MP3 불법 다운로드가 음반업계 전체를 말려 죽이고 있다.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 반대 투쟁을 벌였듯 이제는 음악인들도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 우선은 음악 파일을 무료로 다운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실부터 사람들에게 알리고 정부에 MP3 무료 사이트 제재와 유료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그의 뜻에 동감을 표하는 이들은 많지만 위계 질서와 개인적 성향이 강한 음반업계의 특성상 조직은 쉽지 않다. “문화관광부나 경찰청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보다 저마다 입장이 다른 가요계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더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털어 놓는다.
물론 MP3 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건 그도 안다.
“MP3 이전에 좋은 음악, 사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야죠.” 11년 동안 표절 시비 한번 없었고 대중의 감성을 누구보다 잘 읽어내면서도 “시류에 민감한 기획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고 말하는 김형석이기에 그가 단지 ‘투사’로만 남지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곧 나올 성시경의 새 노래와 그가 프로듀서를 맡은 조성모의 새 음반은 음악인 김형석에게 지금 당장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김형석이 본 친구들
▦박진영=처음 음악을 가르칠 때는 춤꾼이었지만 가수, 작곡가, 이제는 제작자까지 되었다. 변하지 않는 끼와 열정이 펄떡펄떡 뛰어 태어난 곳으로 향하는 연어가 생각난다.
▦성시경=외모는 부드럽지만 눈빛은 예리하다. 처음에는 가수를 멋으로 하나 싶었는데, 학교, 음악 두가지를 아주 잘 병행하는 걸 보고 믿음이 갔다. 말할 때 페이소스가 있는 친구.
▦임창정=정말 다재 다능하다. 3집 때 처음 곡을 주며 만났는데 노래, 느낌, 인간성 모두 이제까지 한번도 실망을 안긴 적이 없다. 늘 신뢰를 주는 사람이다.
▦김조한=작곡가로서 김조한처럼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머리 속에 있던 생각을 그가 한번 부르기만 해도 모든 것이 확실해진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사진=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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