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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혜의 충무로 사람들] 신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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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혜의 충무로 사람들] 신하균

입력
200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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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푼수 같은 순수한 북한병사(‘공동경비구역JSA’) 욱 하는 성미지만 마음 약한 킬러(‘킬러들의 수다’) 지능이 떨어지는 복수의 화신(‘복수는 나의 것’) 귀여운 양아치(’묻지마 패밀리’).자유로운 변신이 배우의 기본이라고 하지만 신하균에게는 누구도 말릴 수 없는 특별한 성장 호르몬이 흐르는 것 같다. 그리고 배우가 본색을 드러내는데 필요한 영화 편수는 역시 ‘네댓 편 이상’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신하균을 둘러싼 화제는 ‘언제나 수줍다, 연기력이 뛰어나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현장을 지킨다, 배두나랑 사귄다. 장진 감독의 페르소나다’ 등이다.

틀리지 않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얼굴이며 언제나 조용한 편 말이 없다. 하지만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뭔가 마법 같은 힘에 눌리게 하는 놀라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다.

‘간첩 리철진’에서 오로지 짱이 되고 싶어 리철진에게 상대방을 제압하는 방법을 배우고 바로 실전에 들어가는 단순무식형의 고등학생으로 나왔다. 그를 처음 본 것도 그때이다. 아무리 질문을 길게 해도 짧게 대답하고 얼굴만 붉어지는 남자, 그래서 자꾸 농담 걸고 말 시키고 싶어지는 청년이다.

당시 연락처를 묻는 전화가 전국에서 골고루 걸려오는 것을 보며 이미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연극배우 출신의 신하균이란 배우에 대한 가능성을 감지 했었다. 한국영화계의 기대주로 통하는 그는 장동건이나 정우성 보다는 한석규나 안성기의 행보를 뒤쫓을 것으로 보인다.

마주치면 그 불행한 기운에 감염될까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 ‘복수는 나의 것’의 류. 지독히 나쁜 인간인 ‘나쁜남자’의 조재현과 비교해 막상막하의 내공이 필요한 역할을 뚝딱 해낸 것만 보아도 그렇다. 함께 작업한 감독이나 스태프에게 공기처럼 편안한 배우인 그는 태생적으로 선한 남자이다.

최근 ‘서프라이즈’에서는 여자와 붙어 다니는 유쾌한 멜로코드를 만나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20대 후반의 나이인데도 얼굴에 흐르는 소년의 미소는 여전하다. 하지만 독특한 그의 매력이 어쩐지 멜로라는 장르에서 어색하게 갇혀 있다는 감도 없지 않다.

그가 보여주었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연기에 익숙해서인지도 모른다. 가령 ‘킬러들의 수다’에서는 죽여야 할 여자에게 연민을 느껴 일을 그르치고 말지만 거기에서 보여주는 어색하지만 양념 같던 멜로가 딱 좋았다.

내심 쑥맥 같은 순수함에 어눌함을 더한 ‘신하균표 멜로’를 보려는 욕심을 냈었나 보다. 어쨌든 싱그러운 이남자,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몹시 궁금하다.

영화컬럼니스트

amsaj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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