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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레퀴엠 / 백색 일탈, 그 끝엔 무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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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레퀴엠 / 백색 일탈, 그 끝엔 무엇이…

입력
200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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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퀴엠’은 위반에 관한 영화이다. 개성있는 화법으로 마약 중독의 세계를 그렸다는 점에서 대니 보일의 ‘트레인스포팅’(1996)을 연상시키지만 신예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그리는 중독의 세계는 훨씬 충격적이다. 마약은 중독자의 신체와 의식, 그리고 행복을 철두철미하게 짓밟는다.영화는 화려한 출연진과 스태프로 관객을 유혹한다. 여주인공 엘렌 버스틴의 연기는 특히 주목할만하다. 그녀는 TV 다이어트 쇼에 나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다가 마약 중독의 덫에 빠진 사라 역을 맡아 열연했다.

마약으로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섬뜩한 눈빛으로 보여준다. 올드 팬들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앨리스는 더 이상 여기 살지 않는다’(1974)에서 꿋꿋하게 고난을 헤쳐가는 그녀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거머쥔 제니퍼 코넬리, ‘씬 레드 라인’과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선을 보였던 자레드 레토의 망가지는 연기도 볼만하다. 헤비메탈과 펑크를 뒤섞은듯한 크로노스 사중주단의 파격적인 음악도 인상적.

과감한 화면분할, 현미경을 들이댄듯한 하이퍼 리얼리즘적 묘사, 힙합 리듬처럼 톡톡 튀는 CF식 촬영 등 눈요기거리도 많다.

그러나 이 영화의 매력은 위반이라는 주제를 몰고 가는 강한 추진력에 있다.

마약 다이어트 끝에 전기충격 치료를 받는 사라(엘렌 버스틴), 마약으로 한 몫 잡아보려다가 만신창이가 되는 사라의 아들 해리(자레드 레토), 금단 현상을 이기지 못해 매춘까지 감행하는 해리의 연인 마리온(제니퍼 코넬리)이 나락으로 급전직하하는 동안 관객들은 숨 돌릴 틈을 찾지 못한다.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위반 뒤에 어떤 것이 올지를 한 번 꿈꿔보라고 관객에게 권한다. 원제는 ‘어떤 꿈을 위한 진혼곡’(Requiem For A Dream)이다.

2001년 부천영화제 개막 작품으로 음모노출과 마약파티 장면이 문제가 돼 개봉이 보류됐다. 음모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마약파티 부분을 자른 수정본으로 심의를 통과했다.

‘레퀴엠’ 상영 극장에서는 마지막 회마다 아로노프스키의 데뷔작 ‘파이(π)’(1998)가 상영되어 그의 작품세계를 가늠해볼 수 있다.

‘파이’는 ‘모든 것은 숫자로 표현된다’고 믿는 한 수학자가 코란에 숨겨진 수의 비밀을 찾는 유대교 신비주의자들에게 쫓긴다는 내용. 그는 이 작품으로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1969년 뉴욕생이며 하버드대에서 연출과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파이’와 ‘레퀴엠’에서 나타난 위반이라는 주제와 신체훼손이라는 소재에 있어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연상케 하지만 미학적으로 절제되어 있어 견딜만하다. 7월 12일 개봉.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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