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감동과 흥분을 어떻게 할까.가슴 속에는 영원히 간직해야겠지만, 이제 잔치는 끝났고 우리의 손과 발은 일상이라는 족쇄를 다시 스스로 차야 한다. 중견 사진작가 배병우(52)씨가 6일부터 8월 18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02-733-8940)에서 여는 사진전을 찾아 축제 뒤의 허전한 마음을 가라앉혀보는 것도 좋겠다.
배씨는 소나무 섬 계곡 등 평범한 자연을 소재로 한국적 정서를 서정적으로 표현해온 작가다. 그간 ‘마라도’ ‘소나무’ 등의 작품집을 냈고 그의 ‘종묘’ 사진은 교과서에 실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다 하늘 산 바위를 찍은 흑백 풍경사진 100여 점을 선보인다.
사진이지만 극도로 추상적이고 실험성 짙은 현대 회화를 보는듯하다. 검은 바닷물 위로 구름이 점점이 떠 있는 잿빛 하늘의 모습이 화면을 단순하게 이면 분할한다. 일렁이는 바닷물의 표면만을 찍은 사진은 그 심도와 실감이 차라리 아득한 사막을 연상시킨다.
작가에 따르면 물과 구름은 음(陰)과 여자, 산과 바위는 양(陽)과 남자를 상징한다. 그의 고향인 여수와 제주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그의 앵글에 의해 모노톤으로 포착된 자연이 주는 것은 긴장을 치유하고 명상을 이끄는 커다란 기운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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