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해온다,맞았다!쏴!""두두두두…콰앙 쾅쾅"섬광이 번뜩이느는 영화속전투 장면처럼 피범벅이 된 전우들은 서로 구조 손길을 양보했고 숨이 멎는 최후까지 함포를 발사했다.29일 연평도 앞 해상에서 격침당한 해군 고속정 357호정에 있다가 전투중 부상한 김 현 중사와 권기형(22)상병은 30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참혹했던 전투 순간을 생생히 증언했다.
■'쾅'순식간 아수라장
29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북한군 경비정 2척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자 357호정과 같은 편대 소속의 358호정이 먼저 접근,경고방송을 하고 357호정은 뒤따라 붙었다.오전 10시25분,양측 경비정이 사정거리에 들어와 일촉즉발의 긴장이 흐르는가 싶더니,'쾅'소리와 함께 357호정에 포탄이 박히며 조타실에서 불꽃이 솟았다.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응사하라"."침착하라.180도 잡고(돌려) 남하하라.""안 다친 사람은 기관을 수동으로 움직여라"고 함교(함정 상부의 지휘실)에서 정장 윤영하 소령과 이희완중위가 함께 있다 윤 소령이 그 자리에서 숨지자 다리를 다친 이 중사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배를 지휘했다.
함교에 있던 권 상병은 파편에 왼손 손가락 5개가 모두 잘려나가 총을 반탄벽에 걸쳐 오른손으로 탄창을 끼워 한 손으로 정신없이 응사했다.기관실도 굉음과 함께 벌집처럼 100여개의 구멍이 뚫렸다.기관실에 있던 김 중사는 임근수 하사와 함께 기관실을 지키기 위해 정신없이 불을 껐다.그러나 유독가스가 차 올라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전투는 거의 끝난 상황이었지만 전우들은 피범벅으로 쓰러져 있었다.김 중사도 "이렇게 죽는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풀썩 쓰러졌다.
■포탄 다 쓴 후 전사
이날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로 귀환한 358포정 병기사 안지남(19)하사는 "빗발치는 총탄 속에 구조를 위해 357호정에 뛰어들었을 때 쓰러진 전우들의 처참한 모습에 눈을 뜰 수 조차 없었다"며 치를 떨었다
"눈을 떠.눈 뜨란 말이야!이대로 죽으면 안돼."안 하사 등 358호정 전우들은 의식을 잃어가는 부상 전우들을 구하기 위해 울부짖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안 하사는 '죽은 사람보다는 산 사람 목숨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이미 숨이 넘어간 서후원 중사를 뒤로 하고 신음하는 부상자를 먼저 둘러멨다.안 하사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게 피범벅인 된 전우들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구조를 양보하는 짙은 전우애를 보였다""무엇보다 357호정 병기사 조천형 중사의 마지막 모습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조 중사는 부상한 몸으로 최후까지 포대에 있는 포탄을 다 쏜 후 함포를 안은 채 방아쇠를 꽉 쥐고 전사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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