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께 뿌블리꼬(멋진 한국인ㆍ중남미), 꼬리 헬루와(한국 훌륭하다ㆍ중동), 대~항밍국(유럽), 곤조(근성ㆍ일본), 공한증(恐韓症ㆍ중국) ….2002 한ㆍ일 월드컵은 60억 세계인들의 머리와 가슴에 ‘코리아’를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뉴욕 지하철에선 ‘붉은 악마’ 셔츠를 입은 미국인을 간간히 볼 수 있고, 두바이 전자상가에서 한국산은 일제를 밀어내고 있다.
축구 월드컵은 마무리됐지만, 세계인의 뇌리에 새겨진 코리아를 브랜드화하는 경제 월드컵은 이제 시작이다. 과거의 부정적 국가 이미지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이나 서비스라면 으레 제값보다 10% 이상 깎이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관행을 타파하고 월드컵 프리미엄을 구체적인 경제적 과실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그것이다.≫
붉은 악마의 응원함성과 4강 진출 신화를 통해 한국을 새롭게 보고 있는 세계 각국의 분위기와 브랜드 코리아 전망을 KOTRA와 무역협회 해외본부를 통해 분석한다.
▼한류 열풍의 아시아ㆍ질시에 찬 중국
한국의 4강 진출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권에 ‘아시아의 자존심’을 일깨우며 전례없는 일체감까지 형성하고 있다. 3~4년 전 불기 시작한 한류열풍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실제로 개선된 브랜드 이미지, 한국제품 수요증가, 수출단가 상승의 선순환의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
다만 중국은 편견으로 가득찬 방송을 앞세워 한국에 부러움 반, 질시 반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럴수록 중국인의 좌절을 감싸며 아시아 리더로서의 양국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일본, 식품에서 시작한 한국바람
한국축구의 근성으로부터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일본은 양국 협력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상품도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
당장 김치와 인삼이 한국 대표팀의 힘의 원천으로 지목되자 이들 상품에 한글표기를 병행하는가 하면 한국산 자동차ㆍ가전제품ㆍLCD 등의 인기도 한층 높아질 조짐이다.
특히 정보기술(IT) 선진국 이미지가 확산돼 향후 IT제품의 일본 진출에 한결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며 한국 영화 음악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유럽, 버금가는 선진국 한국
‘심판매수’ 등 한국팀과 관련된 각종 악성루머의 진원지이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한국민들의 질서있고 열광적인 응원과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에 놀라고 있다.
택시기사조차 ‘대~한민국’을 외치며 의미를 물어온다. 특히 ‘유럽과 축구’의 높은 상관관계는 한국을 유럽에 버금가는 선진국으로 인식시키고 있다.
한국이 ‘인터넷 모바일 기술의 미래’로 소개될 만큼 코리아 브랜드가 새롭게 평가되면서 스포츠ㆍ생활ㆍ가전제품은 물론 자동차 LCD PDP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리딩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남미, 88올림픽보다 놀라운 기적
4강 진출보다 한국팀의 투지와 정신력, 붉은 악마의 밝고 질서있는 응원에 더 점수를 주고 있다. 브라질에선 동양인에게 던지는 질문의 90%가 ‘일본인이냐’였지만 이제 ‘한국인이냐’가 50%를 차지한다.
멕시코인들은 ‘한국이 기적을 일궈냈다’고 표현하며 한국상품을 멋지고 믿을만한 제품으로 평가하며 특히 대형 멀티비전 앞에서 펼쳐지는 도심의 길거리 응원을 가능케한 한국의 전자ㆍ디지털 산업의 발전상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제품 경쟁력이 높은 만큼 문화ㆍ예술 홍보로 친밀감을 높이는 전략이 우선 필요하다.
▼중동ㆍ아프리카, 꼬리 헬루와
‘경기장내 마사지 의자를 수입하고 싶다’는 등 한국산을 찾는 문의가 크게 늘어 월드컵 이후의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그동안 한국제품은 인기높은 유럽산과 저가 중국산 사이에 끼여 고전했지만, 월드컵을 통해 한국 IT기술 등의 우수성이 확인한 바이어들의 한국제품 선호도가 크게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두바이 최대 전자상가인 플러그 인의 앞자리 진열품이 슬며시 일본제에서 한국산으로 바뀐 것도 최근 일이다. 실제로 주요 바이어들은 앞으로 한국제품 수입을 10% 이상 늘리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잃은 10%를 되찾자
미국인들에게 축구는 아직 매력적인 스포츠가 아니지만, 스포츠비즈니스 업계를 중심으로 축구강국 한국의 이미지가 확산되며 한국 기업을 보는 잣대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한국팀의 선전을 외환위기를 극복한 기업가 정신으로 해석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세련된 대회운영과 첨단 경기시설,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한국기업에 대한 호의적 보도 등으로 ‘한국제품은 싸구려’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며 ‘잃어버린 10%’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특히 미국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며 축구에 열광하는 히스패닉계 공략을 위한 능동적 마케팅이 필요하다.
▼문화·사회적 코드 다듬어야
흥분된 세계의 표정과 달리 KOTRA, 무협 인사들은 브랜드 코리아란 항구적 이미지는 역사를 통해 쌓이지 특정 이벤트를 통해 갑자기 달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월드컵이 불지핀 브랜드 코리아를 위상을 더욱 키워나갈 문화ㆍ사회적 키워드를 다듬어야한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세계인들이 가부끼ㆍ스모ㆍ스시ㆍ사무라이를 통해 일본을, 나아가 아시아를 이해하고 이유도 다시한번 새겨볼 때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한국 하면 떠오를 전략브랜드 발굴을
2002 한ㆍ일 월드컵이 낳은 ‘브랜드 코리아’ 열풍은 중국 등지에서 몰아쳤던 ‘한류(韓流)’ 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부 연예인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가 드라마ㆍ음반ㆍ캐릭터 등 문화 상품은 물론 이들이 광고모델로 등장한 제품의 수요 폭증으로 이어진 것이 한류 현상이라면,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와 한국팀의 4강 진출 열기가 국가와 기업의 이미지를 대폭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 ‘브랜드 코리아’ 다.
효과가 미치는 지역적 범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경제 외적인 분야에서 무한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둘은 분명 닮은 꼴이다.
열풍은 쉽게 달아오르는 대신 빨리 식는다. 한류가 예전만 못한 것은 열기에 담아낼 내용, 즉 콘텐츠를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브랜드 코리아’ 열기를 이어갈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는 명제는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나이키나 코카콜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일찌감치 올림픽이나 월드컵 행사의 후원사로 나서며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했던 이유도 스포츠는 돈이고, 곧 경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1964년 도쿄(東京) 올림픽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관건은 역시 선택과 집중이다. 국내에서 인기높은 연예인이 반드시 한류 열풍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다. 가수 안재욱과 탤런트 김남주의 성공에 고무돼 무턱대고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참패를 당한 국내 톱스타들의 뼈아픈 경험도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閔勝奎) 연구위원은 “스포츠나 문화적 열풍에 의해 창출된 원산지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품의 수요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류와 마찬가지로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브랜드 발굴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의미다.
‘Made in USA’ 제품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실용성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제품은 예술과 패션성을, 일본 제품은 소형 첨단성을, 그리고 스위스 제품은 정밀성을 상징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부각된 ‘IT 코리아’ 등 강력하고 독특한 연상을 자극하는 코리아 만의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키가 성과, 비자카드가 리더십, 코카콜라가 다이내믹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목표로 정하고 월드컵 효과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좋은 본보기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이미지는 금세 사라진다. 무수한 전자업체들이 일본 소니사의 ‘워크맨’을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이들이 제품 모방에 나설 때 쯤이면 소니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차세대 워크맨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등장한 워크맨만도 종류가 50여종에 달한다.
LG경제연구원 이상규(李祥揆) 연구위원은 “월드컵 효과에만 지나치게 의존해 실체없는 홍보에만 매달릴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국가와 기업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장기적인 블루프린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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