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우리나라 기업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월드컵 기간 우리나라 국민이 보여준 터키팀에 대한 성원과 한국 및 터키팀의 선전이 어우러져 터키에 ‘경제 한류(韓流)’가 불고 있는 것.
터키는 1999년 대지진에 이어 지난해 외환위기가 닥쳐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는 입장이지만 인구 6,700만명의 거대 시장이자 유럽시장 진입에 활용할 수 있는 거점 국가이다.
이런 나라에서 월드컵 이후 ‘한국 상품 사주기 운동’을 벌이는 일간지가 등장했는가 하면 당장 물건값을 큰 폭으로 올려주겠다는 바이어까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의 터키 비즈니스에 훈풍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터키내 판매법인의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연간 실적(3,000만달러)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는 등 월드컵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에어컨, 완전평면TV, 휴대폰 등 고가 제품의 판매가 급증,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이 아니라, 얼마나 초과달성할 지가 관심사일 정도다.
지난해 10년간 10억달러 상당의 국산 자주포 ‘K-9’을 터키에 공급키로 계약한 삼성테크윈은 월드컵 기간 지옥과 천당을 번갈아 오갔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조별 예선 브라질전에서 한국 심판이 터키팀에 대해 석연치 않은 판정을 하자 터키의 군부가 ‘계약파기’를 불사한 듯한 언급을 했다”며 “그러나 한국에서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터키 응원바람이 불자 앙금이 씻은듯이 사라졌다”고 안도했다.
타이어 전문기업 ㈜흥아는 지난주 스테인리스스틸 와이어 150톤을 평소보다 15% 비싼 가격에 터키에 팔았다. 황인천 이사는 “10% 올리기도 힘든데 주저없이 15%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줄 정도로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터키시장 철수를 고려하던 시계 전문기업 SWC는 급히 전략 수정에 나섰다. 신창훈 팀장은 “코리아 브랜드면 다른 나라 제품보다 당장 10% 이상 비싸게 팔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 같다”며 “철수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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