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절대절명의 위기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새 지도부에 의한 팔레스타인 임시 국가 창설을 중동평화안으로 제시 하면서, 아라파트의 제거를 공식 요구 했기 때문이다.
부시는 아라파트가 자살 특공대등의 과격테러를 묵인하거나 사실상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아라파트가 팔레스타인의 개혁을 거부하면서 기득권 유지를 노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부시의 아라파트 제거 요구는 국제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아무리 중동문제에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초 강대국이지만 분명한 내정 간섭이다.
팔레스타인의 지도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결정할 일이다.
부시는 캐나다의 휴양도시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회담에 참석한 정상들의 지지를 얻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유럽연합(EU) 지도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라파트의 선택 폭은 그다지 넓지 않다.
부시에 맞섰다가는 그 자신이 중동평화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새 지도자에 의한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겠다며 회유하려 들 것이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그의 장악력은 현저히 떨어져있다.
게다가 72세의 고령에 파킨스씨병까지 앓고 있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는 자칫 노욕(老慾)으로 비칠 수도 있다.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의장을 맡고 있을 때가 전성기 였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동일시 되었고, 이스라엘의 지나친 팔레스타인 박해는 그로 하여금 많은 국제적 동정을 받게 했다.
1993년에는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오슬로 협정을 맺어 이스라엘의 실체를 인정하는 타협 노선을 택하기도 했다.
그 덕에 라빈 총리 등과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지만 이때부터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결국 2001년 3월 초 강경파인 아리엘 샤론이 이스라엘 총리가 되면서 밀어붙인 팔레스타인 옥죄기 작전은 그의 지도력을 계속 시험대에 서게 했다.
PLO 무장항쟁을 진두지휘하던 투사에서 이빨 빠진 호랑이의 신세가 된 아라파트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병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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