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교전사태로 민주당이 힘겹게 끌어가고 있는 반(反)부패 청산 정국이 어색하고 미묘한 상황에 빠졌다.무엇보다 민주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상대로 과거 청산 압박의 수위를 고조시켜 나가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안보 위기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 사태를 수습해야 할 김 대통령을 흔드는 일을 민주당이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또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세도 방어해야 할 처지이다.
당장 아태재단 해체, 청와대 비서실 문책, 전면 개각 등에 대한 당내 요구를 김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힌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향후 행보가 애매해졌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 한 대표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뉴욕 9ㆍ11 테러 때 미국 국민들이 부시 행정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던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김 대통령 중심’을 강조하면서도 과거청산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 대표는 “의견 전달 방식은 내가 결정한다”며 김 대통령 면담을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발 빼기’로 볼 때 결국 민주당의 ‘청산 드라이브’는 상당 기간 탄력을 잃고 청산 목표도 초점이 흐려질 수밖에 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김홍일(金弘一) 의원 탈당 문제도 이런 기류의 영향권 내에 있다.
그러나 8ㆍ8 재보선 이전에 민심을 돌려 놓아야 할 민주당으로선 과거 청산을 아예 포기할 수는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8ㆍ8 재보선 결과를 사실상 책임지게 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김 대통령의 고립 예상에도 불구, 민주당 내에서 과거 청산 작업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강경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한동(李漢東) 총리를 포함한 전면 개각 건의와 관련해선 양론이 있다.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내각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사태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심기일전하기 위해서는 개각의 요인과 폭이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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